키 153㎝에 몸무게 53㎏의 왜소한 체격의 택시기사 A씨(51)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성실히 살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친절했다. 그는 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의 허락을 받고 식당 근처 B씨 소유의 주택에서 2009년 9월부터 살았다. B씨에게는키 178㎝,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조카 C씨(43)가 있었는데, C씨는 2016년 11월 10일 존속상해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8년 3월 30일 출소했다. C씨는 교도소에 가기 전인 2015년 12월 말과 2016년 1월 말 2차례에 걸쳐 삼촌 B씨로부터 돈을 받고 위해 주거지에 찾아가 소란을 피웠고, 2018년 3월께 출소 이후에도 삼촌을 만나기 위해 주거지를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봤고, A씨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C씨는 지난 3월 19일 B씨에게서 200만 원을 생활비로 받았으나 모두 써버렸고, 사흘 뒤 전화를 받지 않는 삼촌 B씨를 찾아갔다가 B씨를 만나지 못하고 A씨와 마주쳤다. C씨는 A씨에게 삼촌 B씨의 소재를 묻는 등 말을 걸었지만, 평소 C씨를 무서워하던 A씨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C씨의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됐다.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3~4차례 때린 후에도 방으로 도망간 A씨의 얼굴과 가슴, 옆구리와 배 등을 수차례 걷어찼고, 30분 동안 얼굴과 배, 옆구리 부위를 주먹이나 발로 때렸다. 이날 오후 3시 38분께 A씨는 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범행 직후 C씨는 증거인멸을 위해 피해자의 피를 닦은 휴지 뭉치와 양말, 담배꽁초를 넣은 쓰레기봉투를 오토바이 수납함에 넣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C씨는 재판에서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사는 없었고, 삼촌 주거지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자를 절도범으로 생각해 때렸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C씨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생활비를 받아낼 목적으로 삼촌 B씨를 찾아갔음에도 뜻을 이루지 못하자 화가 나 A씨를 때렸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부(조순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안식처인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난데없이 들어온 피고인으로부터 일방적인 구타를 당해 여생을 마감하게 됐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면서 “비록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폭력 범죄로 14차례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피고인이 존속상해죄 등으로 인한 누범 기간 중에 있는데도 살인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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