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기독교의 몇몇 교단이 전광훈 목사의 이단 여부를 가리는 심판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의 기행과 막말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교단에 속한 교인들이 그를 따라도 별말이 없다가 이제야 포기한 모양이다. 바로 얼마 전 선거 기간에 그와 긴밀했던 미래통합당도, 그를 ‘교회 지도자’로 칭하던 보수 언론도 표변하여 이른바 ‘손절’을 시도한다. 이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전광훈 목사를 지지했지만, 그가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을 어기다 못해 방해하며 전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자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전광훈 개인을 내친다고 기독교가 정화되거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전광훈 개인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여러 악덕이 한국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외면받게 된 근본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국 교회가 살 수 있다.

그 하나는 이념과 정치를 신앙 위에 둔 것이다. 전광훈은 극우적인 정치 논리를 신앙의 언어로 말하고 교회의 조직을 정치에 이용하는 일부 기독교인을 대표한다. 기독교인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입장을 하나님의 뜻으로 두둔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최근 장로들이 모임을 만들어 정치적 오해를 살 활동을 했다 하는데, 교회의 직분을 오용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돈을 사랑하는 것도 전광훈이 대표하는 죄다.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그 지역의 재개발조합과 분쟁에서 패소하여 강제철거를 앞두고 있다. 두 주 전 광화문 집회 이전에 각지의 교인들이 교회에서 숙식한 것도 강제철거나 수용 집행을 막으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교회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제시한 보상금 82억 원의 7배에 가까운 563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요구이고, 이런 행동만으로 한국교회는 그를 외면했어야 한다.

전광훈의 또 다른 악덕은 모든 사안에서 스스로 승자와 강자가 되겠다는 태도다. 기독교는 남을 압박하고 강제하는 종교가 아니라 압제와 핍박을 기꺼이 견디는 종교다. 기독교의 힘은 세상의 질서와 규칙을 초월하는 것에서 나오는데 전광훈은 사람을 모아 목소리를 높여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는 세속의 방법에만 기댄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배제, 거짓말까지 정당화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예수는 인간의 죄를 자기의 것으로 받아 그 벌을 대신 받았다. 그런데 전광훈의 무리는 자기의 죄를 남에게 지우고 고통을 전가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들이 미워하는 세력과 집단에 돌리고 스스로의 잘못에는 눈감는다. 애국을 한다며 광화문 집회에 간 뒤에 자신의 동선을 숨기라 독려하는 이들의 무지와 뒤틀린 심사에서 우리는 예수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전광훈이 구사하는 참을 수 없이 천박한 언어도 기독교에 심대한 해악을 끼쳤다. 놀랍게도 일부 교회에는 신성모독과 막말,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그를 두고 “말이 좀 거칠지만 진정성 있고 애국적”이라며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약자요 애국자를 자칭하면서 위압적인 강자의 언어와 상궤를 벗어나 악다구니를 하는 것은 병리적 수준의 난동일 뿐이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그렇게 무례하게 행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나님 앞에 있다(Coram Deo)”고 믿고 삼가기 때문이다.

이단 시비야 각 교단의 신학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전광훈의 비기독교적 언행이 사람의 생명마저 위협하게 된 지금, 명시적으로건 암묵적으로건 그를 따르던 목회자와 교인들은 당장 그와 절연하고 공개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나아가 그가 거울처럼 보여준 교회 안의 여러 악덕을 함께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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