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가시내를 하나 뒤에 싣고 말이지
야마하 150
부다당 들이밟으며 쌍,
탑동 바닷가나 한 바탕 내달렸으면 싶은 거지

용두암 포구쯤 잠깐 내려 저 퍼런 바다
밑도 끝도 없이 철렁거리는 저 백치 같은 바다한테
침이나 한번 카악 긁어 뱉어주고 말이지

다시 가시내를 싣고
새로 난 해안도로 쪽으로
부다당 부다다다당
내리 꽂고 싶은 거지
깡소주 나팔 불듯
총알 같은 볕을 뚫고 말이지 쌍,


<감상> 8월, 더위가 극성일 때 한번쯤 일탈을 꿈꾸었을 것이다. 과감히 그녀를 오토바이에 태워 탑동 바닷가며, 용두암 포구며, 우도까지 내리 달려가는 꿈을. 사랑 고백이고 뭐고 그녀는 내 허리를 감싸고, 내 감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사랑을 불온하게 전달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오토바이도, 패기도 없었다. 봄도 가을도 아닌 8월이 적기다, 백치 같은 바다가 적소다, 머리카락 긴 그녀라면 더 좋은 기회다. 이마는 해변처럼 훤하고 머리카락은 파도처럼 찰랑거리는 그녀는 넘어올 수밖에 없다. 그녀를 냅다 안고 오토바이에 태우기만 하면 반은 성공이다.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재지 말고 그냥 저질러봐, 쌍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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