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창필름 권영창 대표.

1인 영상 프로덕션을 창업한 권영창(30) 대표. 그는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1 여름방학 때 우연히 참가하게 된 서울국제청소년 영화제작캠프에서 처음 영화연출을 체험하고 ‘영화감독’을 꿈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그의 목표는 ‘칸 영화제 수상’이다. “이미 봉준호 감독이 한국인 최초 명함을 따갔으니, 나는 한국인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수상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안동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름의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검정고시 공부와 시나리오 작법, 영화연출을 독학하고 친구들과 함께 단편영화들을 만들었다.

2009년 한국영화교육원 영화학과에 진학, 이론과 실기를 겸한 영화 교육을 한 해 동안 수학했다. 하지만 권 대표의 가슴 한구석엔 헛헛함이 맴돌았다. 영화를 만드는 방법은 알겠는데 ‘왜 영화를 해야 하지?’라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과 1학년 종강 직후 들어갔던 군대를 재대 하자마자 바로 재수공부를 시작했다. 인문학을 전공하면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택한 곳은 안동대학교 민속학과였다. 일단 사람과 사람 사이를 공부했다는 점에 매력이 있었고 전국에서 유일한 학과라는 점에 끌렸다.

그렇게 들어간 민속학과는 비디오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2013년 학부 1학년 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선발되어 ‘영상민속지’라는 비디오 콘텐츠를 처음 만들었다. 이 콘텐츠는 일본 오사카의 국립민속학박물관 비디오 데크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이 자연스레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관심은 안동에서 처음으로 ‘영창필름’이라는 1인 영상프로덕션을 창업하게 됐다.

그는 이듬해 경북독립운동기념관 지원사업에 선발,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 일가인 임은 허씨의 독립운동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지역에서 이러한 활동을 지켜 본 진모영 감독(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감독)은 그를 발탁해 차기작 조감독 역할을 맡게 됐다.

권 대표는 이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수상작인 다큐멘터리 영화 <소성리>에서 조감독을 맡았고, 서울의 상암mbc 자체 제작 프로그램인 <통일전망대>에서 PD직을 하다가 지난해 가을 안동으로 귀향했다.

30살을 맞은 권 대표는“여태 나를 위해 살아온 줄 알았는데 솔직히 돌이켜보면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 자퇴신청서를 쓰러 들어갔던 교무실, 그 순간에도 자신의 미래를 응원해주지 못한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다.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라고 필사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서른 살 권 대표에게는 지금까지 삶의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권 대표. 당장 내년에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기로 약속을 했다.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사랑’ 안에서 나를 찾고자 하는 여정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생업이 위태로워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 우선이고 이 풍랑이 잔잔해지면 준비하던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권 대표는 “부모님이 평소에 자녀의 가치와 자존감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인생 궤적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조만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안동에 새살림을 차려 남은 시간 평생토록 가까이서 효도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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