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과 시작한 유기농 고추 재배…전국 최고 명장 등극

고추재배의 명장 방영길
영양군 읍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고추 마을’ 산정상의 풍력발전기가 둘러싸여 알을 품는 닭의 둥지처럼 포근한 영양읍 무창리에 나온다.

무창리는 농민 100여 명(30여 가구)가 모두가 고추를 재배할 만큼 고추 재배로 유명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 작은 고추 마을에 고추 전문가로 이름난 농민이 있다.

대한민국 고추 재배 농사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추 마이스터’로 선정한 고추 재배의 명인 방영길 씨다.

방영길 명장이 수확한 무기농 고추
△고추 마이스 방영길의 고추 재배 인생.

고추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2013년 방 씨는 6개월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필기시험을 치르고, 심층 면접, 현장 심사를 거쳐 고추 마이스터 자격을 얻었다.

고추 마이스터는 다른 고추 재배농에게 교육과 컨설팅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고추 분야 최고의 장인을 뜻한다. 국내엔 충북에 45년간 고추를 재배한 마이스터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다.
방영길 명장이 고추 재배에 대해 기록해 놓은 연구실 모습
지금도 우리나라서 고추 명장은 3명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고추 기술자다.

고향이 서울인 방 씨는 수십 년간 고추를 키워온 농부가 아니다. 그의 고추 재배는 인생 2막의 시작과 함께했다
방영길 명장이 유기농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시설하우스
지난 2004년 병마개 회사인 ‘두일캡’ 전무이사로 옮겨 일하다 2007년 퇴직했다. 그러다 2008년 귀농을 결심했다. 아들과 딸, 아내를 데리고 공기 좋은 곳을 무작정 찾아다녔다. 처음 접한 무창리는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방 씨는 그런 무창리 매력에 빠져 그해 2월 경북 영양군에 정착했다.

고추 주산지인 영양군에 둥지를 틀면서 자연스럽게 고추를 재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값싼 중국산의 물량 공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품질 안정성 규모화로 차별화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설 하우스내 청양 고추 재배 요령을 설명하고 있는 방영길 명장
현재 그는 현재 한 동당 330㎡짜리 시설 하우스 16동과 노지 무기농 재배 등 2만6400㎥의 대규모에서 그가 생산하는 건고추는 1만3000에서 1만4000근(한근 600g)으로 특히 생산력 향상에 주력한 결과 노지에는 3.3㎡ 당 다른 노지 평균 800g에서 900g보다 무려 3배가 많은 1.8㎏을 생산한다.

방씨가 처음부터 고추 재배 명인은 아니었다.

경북대 농민사관학교, 안동대 마이스터 과정 등 고추 재배법을 알려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배웠다. 고추를 키울 때 비닐 대신 흰색 부직포를 덮으면 더 매콤하고 질 좋은 고추가 생산된다는 등의 ‘노하우’도 터득했다. 방 씨는 “회사에서 자재를 관리하고, 직원들을 보살피듯 고추를 키웠다”며 “고추가 잘 자라는 환경과 발육형태를 과학적으로 데이터화해 분석했다”고 말했다.
방영길 명장이 고품질 건고추 생산을 위해 수확한 고추를 세척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영양고추시험장, 영양군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10여 종의 품종을 공동재배하면서 자신의 재배에 맞는 품종을 찾았고, 무농약 재배에 관심 있는 농가들을 모아 연간 1만8000㎏을 출하할 수 있는 단체도 설립했다.

방 씨는 노지 재배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관수시설까지 설치해 수분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했으며, 고추밭 이랑과 이랑 사이 차광막을 깔아 탄저병을 예방하고 통기성을 강화했다.

방영길 명장이 생산한 건고추와 고춧가루
△ 고추 명인의 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농장 방문자가 뜸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 씨의 고추밭은 전국에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전국에서 고추 재배 기술을 강의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방 씨는 13년 차의 귀농 농부가 성공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아내 김영순씨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방 씨는 몇 년 전 판매에도 나섰다. 제대로 생산한 고추를 제 값 받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건고추를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포장 판매하고 있으며, ‘레드팜’이란 브랜드로 고급 유기농 농산물을 찾는 고객들에게 직접 지은 고추를 고춧가루로 가공해 인터넷 등을 통해 직거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농림식품축산부로 부터 받은 농업마이스터 현판
이러한 바쁜 와중에도 몇 년 전 방 씨는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농업학을 공부하고 있다. 농업학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라는 그는 “덴마크 같은 농업 부국처럼 날짜와 시간까지 계산해 튼실한 농작물을 키우는 ‘선진농업’을 꼭 정착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꿈이다.

이어 “옛날 주먹구구 방식의 농업에서 벗어나 뜻을 같이하는 농민들과 작목반을 구성해 생산과 판매까지 부가 가치를 높여 농업이 생산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또 농업을 꿈꾸는 예비 농업인에게 “체험한 경험과 지식을 모든 귀농인에게 전수해 정착을 돕고 싶다. 농업은 쇠퇴 되어가는 산업이 아니라 땅과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만큼 농업은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꿈을 심어 줄 수 있으며,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중·노년들에게 노후 정말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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