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에세이 ‘길’ 표지.
길 찾는 이들에게 별의 지도가 되어줄 책, 박노해 사진에세이 ‘길’(느린 걸음)이 출간됐다.

‘길’.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영원한 인간의 화두이자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 길.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일제히 멈추고 인간의 길이 끊긴 지금, 지구 인류가 하나로 촘촘히 이어진 이 문명의 정점에서 우리는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길을 걸어야만 한다.

이토록 낯선 세계, 낯선 내가 되어 ‘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갈림길 위에서, 박노해 사진에세이 ‘길’은 진정한 나만의 길을 찾아갈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2019년 6월 처음 발간된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길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이 20년간 기록해온 흑백사진과 글이다.
박노해 ‘티베트 초원의 강’.
역사의 순간마다 한평생 ‘길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 박노해.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며 이 땅의 노동 해방과 민주주의를 위해 수배, 고문, 무기징역의 험난한 길을 걸어왔고, 1997년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발표하며 새로운 시대의 화두를 들고 정진의 길을 걸어왔다. 1998년 석방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곳에서 지구시대의 유랑자로 ‘다른 길’을 찾아 걸어왔다.

가장 높은 안데스 고원길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길까지 안내한다.
박노해 ‘광부의 길’
박노해 사진에세이 ‘길’에는 인디아, 파키스탄, 수단, 팔레스타인, 페루 등 14개 나라에서 시인이 만난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늘까지 이어진 밭’이라 불리는 안데스 고원길과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정겨운 골목길과 아름드리 나무숲길, 노동자들의 설레는 귀향길과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먼 길을 걸어 모여든 ‘길 위의 학교’, 길마저 끊긴 분쟁의 땅과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까지.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가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한다.
박노해 ‘사랑의 무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사진 속 주인공들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길부터 만남과 헤어짐의 눈물겨운 길, 홀로 막막히 헤매던 인생의 길들이 떠올라 절로 눈물 짓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길이 막힌 요즘, 다시 길을 만난 느낌’, ‘박노해 시인의 사랑이 내 안으로 흘러 들었다’,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공간, 사진과 글, 음악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다’. 장인이 한 장 한 장 암실에서 인화한 아날로그 흑백사진, 단편소설만큼의 이야기를 응축한 캡션, 그리고 시인이 엄선한 월드뮤직이 흐르는 ‘라 갤러리’가 ‘내 영혼의 순례길’이라 불리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에세이 ‘길’ 서문에서 박노해 시인은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더믹 상황에 처한 오늘,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로 ‘인간의 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본인의 삶을 통해 기꺼이 길을 잃어버림으로 찾아지는 나만의 길이 있음을 전한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박노해 사진에세이 ‘길’, ‘세계의 길’을 거닐며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벗이 되어줄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