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지금은 사라진 제비가 생각날 때가 있다
지면 위를 스치듯 재빠르게 날던 모습이라든가
진흙으로 만든 집에서 어미를 반기며 붉은 목구멍을 내밀던
새끼들의 재잘거림을 말이다
십리는 떨어진 강안의 배추밭에서
어머니가 품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던 저물녘은
내 목숨을 환하게 하던 순간이기도 했는데
제비는 멀리 쫓겨나 버리고
나도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나왔다

오늘은 막 날기 시작한 제비들을 차가운 바다에 빠뜨려 죽인 지
딱 5년이 되는 날이다


<감상> 제비집에서 재잘거리는 새끼들은 꼭 어미를 기다리는 식솔들 같다. 밥 달라고 벌리는 입들이 꽃을 피우는 것 같다. 붉은 목구멍은 소리를 피우는 것 같다. 저 소리를 끊으려는 뱀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오셔야 소리가 멈추고, 입이 닫히는 진흙집. 어머니는 내 목숨을 환하게 지켜 주었으나, 새끼 들 중 하나는 먼저 떨어져 지게에 실려 떠나갔다. 이 집에서 나온 새끼들은 제각기 더러운 세상 속으로 던져졌고 흩어졌다. 잔인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은 이도 있으나,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이도 있다. 처마 밑에 진흙으로 발라진 흔적만 남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슬픈 진흙집, 우리 집.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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