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박서보(朴栖甫·1931년~)는 우리나라 1세대 단색화가다. ‘단색화’라는 용어에 대해 박 화백은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 사람들조차 단색화를 서구 미니멀리즘의 변형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생태부터가 다르다. 우리는 무(無)에서 출발 한거야. 서양의 모노크롬이 다색주의의 상대적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완전히 희거나 검지. 그런데 우리는 희끄무레하거나 거무스름한거야.” 박 화백은 한국의 단색화가 서구 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아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삶 속에 베어 있는 ‘희끄무레하고 거무스름한 색’이라는 것이다.

박 화백은 좀 더 비유적으로 한국의 단색화를 설명한다. “희끄무레하다는 것은 도공들이 흙을 밟아 도자기를 만들 때 일부러 유약을 발라 순도 100% 흰색이 아닌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을 만든 것과 비슷한 것이지. 온돌방에 장작불을 지피면 천장과 서까래가 거무스름해지잖아. 수 십 년 시간이 흘러 그을음이 쌓이며 나타나는 거무스름한 색. 내 작품이 블랙이 아니라 거무스름한 색이 나는 게 바로 그거야. 무한대로 들어가는 정신의 깊이가 있는 거지”

이렇게 박 화백의 단색화는 반복적 색채의 조합을 통해 정신적이며 초월적인 세계를 지향한다. 궁극적 지향점은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세계다.

우리나라 1세대 단색화가 박서보는 경북 예천군 하리면(현재 은풍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고향은 충북 음성이었고, 어머니 고향이 하리면이다. 박 화백의 어머니는 하리면에서 유명했던 남고약집 딸이었다. 박 화백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수와 미술대학 학장을 지냈다. 한국미협이사장도 지내는 등 미술행정가로도 유명했다.

세계적 명성의 박 화백이 나서 자란 예천에 ‘박서보미술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달 28일 서보미술재단과 예천군이 미술관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예천군에 세계적 명소가 생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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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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