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일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최용대, 器~氣 - 분청사기 덤벙발, 귀얄 위 유채, 60.0x43.0cm
경주에서 4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서양화가 최용대가 ‘분청을 그리며’라는 부제로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일곱 번째 개인전을 마련한다.

경주 토박이 향토화가로 알려진 그는 경주의 근대미술과 전통미술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경주미술사연구회’ 수석연구원이라는 직책으로 이어진다.

일관된 미의식과 표현양식의 다양성에서 오는 깊이 있는 작품세계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러는 새로운 조형요소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부터 ‘기-기(器-氣)’ 시리즈로 일관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최용대는 조선시대 도자기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분청기법을 회화로 접목시키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한국적 미의식을 표출해 내고 있다.

그에게 다양한 형태의 분청사기가 주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장인의 감각적인 묘사력은 단순한 도자기법의 의미를 뛰어넘어 가장 한국적인 조형미의 재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와 같은 고결한 아름다움보다 거칠지만 서민의 투박한 멋과 풍류가 돋보이는 분청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미의 가치를 기호화하는 것이다.

도자기 기면(器面)에 표현된 문양을 화면 위에 재현하기 위해 그는 분청사기의 기법인 귀얄, 인화, 조화, 박지, 덤벙 등 다양한 기법연구에 몰두했다. 손가락으로 흩어 내리며 추상문양을 그려내는 핑거페인팅(지두화) 기법을 응용한 작업방식은 기존 회화양식과 재료에서 볼 수 없었던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완성된다. 그중에서도 귀얄과 덤벙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법실험의 귀결점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일 예정이다.

최용대, 器~氣 - 분청사기 선조문편병, 귀얄 위 유채 ,91.0x91.0cm
작가는 독창적 기법의 재현을 위해 한지화면에 도자기 흙인 화장토를 먼저 바른 후 고착을 시켜 사용한다. 건조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도자기 기면과 최대한 가깝게 처리하는 것은 귀얄기법 재현과정에서 즉흥성과 우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귀얄기법으로 추상적 문양과 조형기호들이 화면 위에서 자연스럽게 건조되며 생기는 균열은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조형요소들이다.

마치 도자기의 기면에 그려진 문양들이 고온의 가마 속에서 새로운 색으로 탄생하듯 그의 작품 속 화면 역시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형상과 색채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위에 현존하는 분청사기 작품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재현과 표현의 회화적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분청자기의 신비로운 색상과 투박하지만 친근감 있는 형태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전통미의 가치를 되찾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용대 작가는 현재 위치에서 지금의 관심사에 최선을 다해 나를 찾아가려고 한다는 중국 당나라 선승(唐僧) 임제(臨濟, 미상~867)의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이는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알고자 했던 옛 선인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과도 부합되는 말이다. 즉 작가에게 ‘기-기(器-氣)’시리즈는 우리 음식을 담는 그릇이며 우리의 정신을 표출해 내는 수단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다. 한국의 전통조형미가 짙게 베여있는 분청사기를 현대회화로 재구성함으로써 시대적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노력과 행보는 지역미술계에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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