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SNS 메시지. 경북일보 DB.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를 때린 김규봉(42)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을 비롯해 경주시 체육회 전 고위임원, 경주시청 공무원 등 모두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양선순)은 최숙현 선수 가혹 행위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해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수억 원의 지방보조금을 가로챈 경주시체육회 전 고위임원과 경주시청 공무원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발표했다.

김규봉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8차례에 걸쳐 팀 소속 선수들을 때려 상해를 가하고,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피해 선수들에게 억지로 1㎏ 정의 피자와 빵을 먹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주시체육회에서 항공료를 지급했음에도 16명의 선수로부터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63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됐다.

‘팀닥터’로 불린 안주현(45) 운동처방사는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선수 4명의 뺨을 1시간 동안 때리거나 발로 수차례 때리고,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여성 선수 6명에게 수영 자세 지도나 마사지를 해준다면서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의사가 아닌데도 19명의 선수를 상대로 물리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면서 치료비 명목으로 2억7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주장 장윤정(31·여) 선수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소속 선수들에게 철제 봉으로 다른 피해 선수를 폭행하도록 교사하거나 직접 때리고,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선수들에게 억지로 과자를 먹게 하거나 속칭 원산폭격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도환(25) 선수는 2016년 2월께 훈련 중 아동인 피해 선수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거나 2017년 6월께 훈련 중 피해 선수가 엄살을 부린다는 이유로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경주시체육회 전 사무국장 A씨(57) 등 임원들은 체육팀 감독들과 공모해 실제 참가하지 않은 훈련을 참가한 것처럼 허위 훈련계획서를 만들어 경주시 체육회에 제출했으며, 2016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A씨는 8억여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경주시 공무원 B씨(62)는 2억3000여만 원, 경주시 소속 체육팀 관계자 C씨(42)는 3억5000여만 원, 체육팀 관계자 D씨(41)는 2억5000여만 원, 체육팀 관계자 E씨(59)는 5000여만 원, 체육팀 관계자 F씨(43)는 1억2000여만 원 상당의 지방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주시 체육회는 경주시청 소속 직장운동경기부 5개 팀의 운영·관리업무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지방보조금 예산이 30억여 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경북경찰청과 수사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공조하며 수사를 진행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가혹 행위 관련 범행 전모를 확인해 주모자 전원을 구속 기소했다”며 “추가 고소·고발 사건 등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도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을 담당하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