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도서관 사서 김상혜

“서른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채 30대를 출발하고 싶습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도서관에서 사서로 30대를 시작한 김상혜 씨.

서른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힘차면서도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취업 준비 등으로 20대에는 누리지 못했던 나만의 시간에 투자하고 싶지만,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30대 만의 또 다른 고민과 불안이 언뜻언뜻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물이란 나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단 한 번뿐인 30대 출발선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나고 자란 김상혜 씨는 ‘사람과 책을 항상 가까이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성인이 된 후에도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름처럼 ‘베풀고 베풂을 받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란 의미를 항상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대학도서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을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20대 중반에 인연이 닿아 시작한 사서에 대한 직업관이 더욱 뚜렷해질 무렵,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어느덧 30살을 맞은 것 또한 인생에서 뜻깊은 일로 여기고 있다.

“사서는 사람과 책을 잇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책을 매개로 만나고 함께 소통하는 도서관은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제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그녀의 자부심이다.

김 씨는 오늘이 있기까지 아등바등 살아온 지난날이 대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20대에는 오로지 안정된 직장, 안정된 가정, 안정된 자아를 찾기 위한 취업을 목표로 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다잡고, ‘나 답게’ 살고 싶은 작은 야망이 생겼다.

취미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20대에는 누리지 못했던 자신만의 시간에 투자하고 싶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등대 역할이 되고 있는 사서란 직업을 평생직업으로 여기며 살고 싶다.

앞으로 미래의 사서가 갖춰야 할 새로운 역량과 관련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언젠가 마음 맞는 동료들과 사서의 손길이 필요한 책들이 한가득 쌓여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 소소한 재능기부로 나눔을 받는 이들도, 나눔에 참여하는 우리들도 모두 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는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일단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게 일이든 취미든,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대신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 서른이기 때문이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 ‘내 나이 마흔 살’ 가사처럼, 나이 마흔에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때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부지런히 살아볼 작정이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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