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병사 4명이 1명의 후임병을 대상으로 반년 이상 성추행 등 가혹 행위를 벌여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가혹 행위를 주도했던 병사가 전역하면서 또 다른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를 ‘인수인계’까지 하는 등 성고문 수준의 엽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1일 “해병대 1사단에서 복무 중인 일병 A씨가 네 명의 선임으로부터 약 6개월 동안 성희롱, 성추행과 폭행 등 집단 가혹행위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를 향한 가혹행위는 지난해 12월 자대 배치를 받으면서 동시에 시작됐다.

A씨는 당시 소대 최선임이던 B 병장(현재 전역)으로부터 진해 파견 후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허락 없이 창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머리부위를 수십대가량 맞으면서 가혹행위가 시작됐다.

이후 올해 초부터는 폭행부터 성추행까지 괴롭힘이 심해졌다.

B 병장은 지난 1월부터 꾸준히 피해자를 찾아가 바지와 속옷을 벗어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거나 얼굴에 하반신을 들이대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일부 동료 병사들이 B 병장을 막아섰지만, 생활관 건물 복도 등 열린 장소에서까지 이 같은 행위를 계속해 왔다는 게 인권센터 측의 설명이다.

B 병장이 전역을 앞둔 3월에는 C 상병에게 피해자를 ‘인수인계’했다.

B 병장이 피해자에게 강제로 C 상병을 욕 하도록 시키고 이를 들은 C 상병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피해자가 C 상병에게 충분한 욕설을 하지 못한 경우 만족할만한 수위로 욕을 할 때까지 가혹 행위는 계속됐다.

A씨는 맞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맞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도록 강요받았다.

인권센터 측은 피해자가 뺨을 맞아서 얼굴이 돌아가더라도 C 상병 앞에서 늘 감사함을 표해야 했다고 전했다.

B 병장이 전역한 후 C 상병의 가혹 행위는 더욱 심각해졌다.

C 상병은 매일 아침 점호·식사·세면·과업·개인정비시간 등 수시로 피해자와 함께 ‘담배 피우러 가자’는 명목하에 흡연 장소로 데려간 후 사소한 트집을 잡아 피해자를 폭행하고 신체를 더듬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2명 이외에 다른 선임 병사들도 A씨를 괴롭히는 데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와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던 D 병장과 E 병장은 C 상병이 피해자를 추행하는 과정을 지켜보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C 상병이 휴가 등으로 부대를 비웠을 때 성추행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센터는 “병사들뿐 아니라 간부들의 병영 관리 실패 등도 이런 가혹 행위 지속의 큰 원인”이라며 “피해자가 군인권센터와 상담을 진행하자, 부대 대대장이 이를 방해하고 피해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해병대는 해체를 각오하고 인권 신장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병대 사령부는 “이번 사건을 7월부터 수사해오고 있으며 8월 21일 가해자 중 현역 3명(병장 2명, 상병 1명)을 강제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며 “전역자 1명은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는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해 법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조사 후 조치를 내리겠고, 이번 사건 관련 8월 한 달을 특별부대진단 기간으로 정해 점검을 실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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