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청와대 국민청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군 홈페이지에도 청원 글들이 흔히 올라온다. 최근 경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전국고교축구대회 경주시 개최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많은 시민이 동의하고 있다.

논란이 된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유치의 전후 사정을 알아보면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이 대회는 전남 광양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최를 포기한 축구대회다.

코로나19가 위험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데, 경주시가 시민의 걱정과 우려를 전혀 고려치 않고 대회개최를 승낙했다는 것이다. 2일부터 13일까지 경주 알천축구장에서 진행되는 이 대회는 당초 광양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취소되자 경주시가 대한축구협회와 협의해 대회개최를 덥석 수용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경주시는 타지역과 달리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학생들의 향후 진로와 학사일정, 어려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대한축구협회와의 호의적 관계 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회 장소제공을 수락했다고 한다. 대회개최를 경주시마저 거부한다면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상황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고려한 대승적 차원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전국규모의 축구대회를 유치한 경주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경주시 홈페이지에 청원이 올라오고 결국 주낙영 시장이 SNS를 통해 직접 해명과 사과에 나서기까지 했다. 빈틈없는 방역 대책 추진으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적인 대회를 이뤄 내겠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공직자들이 힘을 모으겠다고도 했다. 방역이 경제라는 것을 보여줄지 경주시가 시험대에 올랐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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