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시무 7조’를 둘러싼 논쟁이 코로나19보다 열기가 더 뜨겁다. 이 시대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문체를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하니 100여 년 전으로 되돌아 간듯하다. 유려한 한자 문체에 상대에게 최고의 존칭어를 쓰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무서운 글들을 보니 500년 왕조시대 당파 싸움을 본듯하다. ‘시무 7조’를 쓴 조은산이란 젊은이의 충정을 이 글에서 보았다. 그의 ‘시무 7조’에는 본인의 말대로 진보도 보수도 없었다. 오로지 국기가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아 달라고 대통령에게 간언한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3년4개월여 동안 잘못된 정부 시책에 대해 조 씨처럼 통렬하게 대통령의 통치권에 대 놓고 잘잘못을 직언을 한 사람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이 시대를 살며 시시비비를 논한다는 필자를 비롯한 언론인들과 여야 정치인, 법조인, 학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 중 조씨의 ‘시무 7조’를 보고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조씨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시무 7조’를 올리며 이렇게 썼다.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살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시무 7조 가운데 ‘명분보다 실리를 주청’한 3조에선 “…화해와 평화의 허황된 말로 감성에 목마른 백성들을 현혹시켜 실질적인 핵 폐기는 안중에도 없는 북국(北國)의 돈왕(豚王)과 성대한 냉면 잔치를 열고 구밀복검(口蜜腹劍)한 무리들로부터 토사구팽당하여 백성의 혈세로 지은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폐하께서는 핵도 없고 백성의 삶은 파탄이요 시장경제는 퇴보하였으며 실리 또한 챙기지 못하였고 지지율은 절반도 채 되지 않으시면서 어찌 장기 집권을 꿈꾸며 독재자의 길을 걷는 미치광이가 되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또 “이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 헌법을 짓밟는 것은 백성을 짓밟는 것과 같고 나라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시무 7조’는 8·12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진 후 비공개로 되었다가 언론에 이슈화되자 보름만인 8월 27일 국민에게 공개됐다.

지금까지 41만 명이 상이 폭발적으로 공식동의를 했다. 인천에 사는 평범한 애 아빠인 39세의 진인(塵人) 조은산이 청와대에 상소문을 올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와대의 비공개에 대해 네티즌들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게 불편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들을 폈다. ‘시무 7조’가 공개된 이튿날인 28일 ‘시집 없는 시인’으로 알려진 림태주 시인이 ‘폐하의 대변인’처럼 불쑥 나타나 ‘하교(下敎) 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며 조은산의 ‘시무 7조’ 청원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시무 7조’가 신하가 임금에 올리는 상소문이라면 하교는 신하가 올린 상소문에 임금이 답하는 형식의 글이다. 림 시인은 “네 너의 상소문을 읽었다. 충정이 엿보이더라”면서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면서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 내나 샷되었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너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고도 했다. 조씨는 30일 “백성 1조에 답한다”는 글로 반박했다. “지난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 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며 “너의 글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것은 흉하다”고 꼬집었다. 이러자 지난달 28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나타나 역시 조선시대 문체를 사용해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목은 ‘시무 7조’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시무 7조’가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권력자에게 목숨을 걸고 직설을 하는 조선 선비의 배포와 기개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무 7조’와 ‘영남만인소’에 청와대가 어떤 답을 내어놓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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