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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릉도 최대 파고 19.5m…할퀴고 간 태풍에 해안가 수재민 '캄캄'
[르포] 울릉도 최대 파고 19.5m…할퀴고 간 태풍에 해안가 수재민 '캄캄'
  • 손석호, 최길동, 김형소, 박재형 기자
  • 승인 2020년 09월 03일 19시 5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04일 금요일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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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영덕, 정전·월파·시설물 파손 등 피해 속출
울릉, 방파제·어선·보프 유실 막대한 피해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의 한 해안가 도로가 태풍 마이삭이 몰고온 파도로 인해 종이처럼 구겨지거나 찟겨져 있었다. 손석호 기자

“80평생에 이런 강한 바람과 큰 파도가 겹친 태풍은 처음이다”

“지진과 코로나19에 이어 태풍 피해까지… 솔직히 일을 접고 싶습니다”

3일 새벽 9호 태풍 ‘마이삭’이 할퀴고 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시가지.

순간 최대 풍속 44.6m/s에 달하는 강풍과 대조기가 겹친 거대한 파도로 해안가 주택과 어촌계 창고 등 건물 여러 채는 크게 파손돼 있었다. 대형 상가 간판과 교통 표지판들도 상당수 쓰러지거나 떨어져 있었다. 통유리로 된 횟집 가게 출입문은 깨져 없는 곳이 많았다. 파편과 침수된 집기는 복구 지원 나온 해병대 장병과 공무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면서 복구 정리를 겨우 마쳤다.

특히 새벽 2~3시부터 구룡포 전역에 정전이 발생, 이날 정오 현재까지 대부분 복구되지 않고 있었다.

수족관의 대게와 생선들은 이미 폐사해 비어 있거나, 마지막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임직원이 25명인 한 코다리 등 수산물 제조 겸 냉동·냉장창고 중소기업 역시 함석으로 된 작업장 지붕이 전부 날아가 수 천 만원의 피해를 호소했다.

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한 해안 도로가 식당 주차장이 태풍 마이삭이 몰고온 파도로 인해 종이처럼 구겨지거나 찟겨져 있었다. 손석호 기자

또한 정전 복구가 되지 않고 있어 영하 20℃로 보관 중인 3000 t 가량의 냉동물품이 정오 현재까지 영하 8~10℃까지 솟구치고 있어 변질 및 납품 차질을 우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10호 태풍 ‘하이선’이 연달아 북상 중인 데다 제주와 부산에서 강원까지 태풍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복구 업체가 정확히 언제 올지도 미지수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구룡포에 밀집한 육상양식장들도 태풍으로 지붕이 파손됐고, 정전으로 산소 공급기 등이 작동이 중단돼 대량 폐사를 우려하고 있다.

재난 지원 및 복구 컨트롤타워인 구룡포읍사무소조차 전압이 약해서인지 형광등 조명만 겨우 들어올 뿐 컴퓨터, 프린터, 민원 발급기 등 먹통이 돼 있었다. 특히 읍 중심가에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불통이 지속해 정확한 피해 접수 및 효율적인 지원 배치의 어려움을 가중했고, 혹 통화가 되더라도 극히 일부 지역에 과거 통신 방식인 ‘3G’로만 됐다.

하정리 등 바닷가에는 2중의 방파제를 뚫고 온 파도로 도로가 종이처럼 갈라지거나 뒤틀렸고, 평생 가장 큰 피해에 황망해 하거나 울지 못해 허탈한 웃음을 짓는 이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해안가에 사는 어머니와 통화가 안 돼 걱정이다. 당장 오늘 밤부터 다가오는 태풍까지 안전이 계속 염려된다”고 했다.

구룡포뿐만 아니라 태풍으로 포항시 북구 죽장면 등에서 고랭지 채소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파손되고, 사과 낙과 피해도 이어졌다.

시내와 중앙상가 등의 상가 간판이 수십 개가 떨어지고 주택가 정전이 속출했으며, 송도해수욕장에 심은 가로수는 바람에 쓰러졌다.

특히 북구 장량동 주민에 따르면 법원 인근 아파트 앞 도로에서 새벽 4시께 강풍으로 날라온 주차장 지붕이 전기선을 덥쳐 절단됐다. 이 주민은 “관계 당국은 지붕만 치우고, 전기가 그대로 흐르는 위험한 전선을 12시간이나 방치하다 거듭 신고를 하자 겨우 조치를 취했다”며 “신고가 잇따른 것은 이해하지만, 정전에 따른 안전 우려 및 예상되는 피해 규모 등 우선 순위를 고려해 복구를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포항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밤사이 북구 지역에만 10여 건의 화재 출동(평소 태풍의 3배 이상)이 이어졌는데, 강한 바람으로 전깃줄이 엉킨 합선으로 우선 추정했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영덕군도 상가와 주택 31동과 어선 피해 8건, 비닐하우스 200동이 피해를 입었다.

영덕 강구항 해파랑공원 주변 등 해안가 마을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3일 오전 3시께 세찬 바람과 함께 8m 높이 방파제로 만든 강구항 해파랑공원에 평균 12~14m 높은 파도가 공원 전체를 덮쳐 주변 상가 및 주택 30동이 약 3시간 동안 바닷물에 침수됐다.

오전 4시 20분께에는 변전소 차단기 고장으로 영덕군 내 1만5000여 가구가 정전됐고, 강구면 하저리 해안가의 고압 송전 전봇대 2개가 송두리째 넘어졌다

또 최고 풍속 시속 111㎞로 기록된 강풍에 시내 곳곳의 크고 작은 간판 등이 부서지거나 떨어져 나갔다.

군 관계자는 “다행히 우려했던 만큼의 큰 태풍이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덕군의 이번 태풍 평균 강수량은 65㎜를 보여, 지난 3년 연속 침수 피해를 본 강구시장 일대는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다.

이날 새벽 울진을 통과한 마이삭은 강한 바람으로 정전과 월파, 각종 시설물 파손 등 피해가 속출했다.

마이삭은 오전 3시께 포항 해안을 따라 북동진하면서 울진에 근접했다. 이후 3시간 가량 강한 비바람을 몰아치면서 피해를 줬다.

5시께 약 20분 동안 정전됐으며, 강한 파도는 방파제를 넘어 육상까지 밀려들었다.

바닷가와 인접한 현내마을 저지대는 밀려드는 파도로 1층까지 물에 잠기면서 집 안에 있던 주민 2명이 119 소방대에 구조됐으며, 주차된 차량이 파도에 떠밀리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죽변항 동방파제 역시 월파로 인근 상가에 물어 잠기고 수족관에 있던 횟감이 폐사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 밖에도 바람에 신호동과 가로수가 부러지고, 다세대 주택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태풍 때문에 주민들은 밤새 뜬눈으로 보냈다.

울릉도도 태풍이 관통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3일 울릉군에 따르면 높은 파도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마이삭’이 울릉(사동)항 방파제 200m와 남양항(국가어항)의 방파제 50m를 넘어뜨려 유실됐고, 태하모노레일 관광시설의 승강장이 반파되는 등 공공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어선 6척과 보트 15척이 전도 및 유실되고 울릉도 사동항에서 독도를 운항하던 돌핀호(310t)와 예인선 1척이 전복됐고, 유람선 썬스타호(243t)가 파손되는 등 사유 시설 피해 또한 막대하게 발생했다.

울릉기상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마이삭의 영향으로 울릉도해양기상부이 관측 결과가 19.5m를 기록해 관측 이래 최대파고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번 태풍은 높은 파고와 강풍으로 전반적으로 피해가 컸다. 이로 인해 울릉도 주택 수십 채가 지붕 및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정전으로 단수와 통신 두절, 월파와 낙석으로 울릉도 해안도로 통제로 울릉주민들이 크게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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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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