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구성 않고 규정 위반…다음주 중 회수 조치

‘죽순’ 제18집(1984), 이상화 시인의 자필 서명 및 19세 사진. 경북일보 DB
대구시가 ‘상화시인상’ 선정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이상화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를 조사해 앞서 지원한 보조금을 환수하기로 3일 방침을 세웠다. 기념사업회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상화시인상 대상자를 심사·선정한 것을 규정 위반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보조금과 기념사업회 운영과정에서 예산 집행에 문제가 있는 금액을 파악해 되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상화시인상 등에 사용된 보조금과 관련해 기념사업회와 논의하면서 환수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사장 선임 등 내부 체제가 정리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 중으로 기념사업회를 찾아 보조금 회수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와 문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념사업회는 지난 6월 제35회 상화시인상 수상자를 선정했으나 심사규정에 명시된 운영위원회(5명 이내) 구성을 생략해 선정 논란에 휩싸였다. 심사 당시 수상자와 관련된 심사위원이 포함돼 있어 내부적으로 제척(除斥)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의제기가 이뤄졌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은 증폭됐다.

논란 당시 기념사업회 측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운영위를 구성하지 못한 대신 지역 문인협회 등으로부터 심사위원 위촉을 받아 절차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사항이라고 해명했으나 사태를 본 문학계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상화시인상을 백지화해야 한다’와 ‘규정만 보완하면 된다’ 주장이 대립한 것이다.

상화시인상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A 전 이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했지만, 후임 선정을 놓고 내홍이 일었다.

A 전 이사장이 지난 1일 일부 이사들을 모아 박언휘 부이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자 앞서 이사회를 열었던 박태진 부이사장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태진 부이사장 측은 지난 2일 소집권자가 아닌 A 전 이사장 개인이 소집한 이사회 자체가 무효라며 불법적인 이사회 소집과 결의사항에 대한 모든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A 전 이사장은 “기념사업회 정관에 따라 과반이 넘는 16명(위임 포함)의 이사를 소집해 투표로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다”며 “사퇴는 후임 선정까지 유보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사회 소집과 후임 선정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내부 분쟁 등으로 기념사업회가 사업파트너로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고 앞서 지원된 총 1억 원 보조금 가운데 상화시인상 등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금액에 대해 환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상화시인상 시상식 정상 추진 여부 등 결론을 맺으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지난 8월 31일까지 기한을 줬지만, 내부 분쟁으로 누가 이사장인지조차 모르는 상태다”며 “환수 조치에 대한 공문을 오늘(3일) 발송하고, 다음 주 기념사업회와 소통해 현장으로 가서 환수를 집행할 부분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념사업회가 가진 이름값이 있어서 지역 문학계 동의로 기념사업회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보조 사업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7월 중순부터 기념사업회가 자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시스템을 보완하라는 공문도 내렸는데, 내년에는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화시인상 백지화나 이사장 선임 등 대한 사항은 기념사업회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유로 모든 일에 관여할 순 없고, 간섭할 수 있는 것은 보조금이 옳게 쓰였는지다”며 “문학계 쪽에 자정 능력을 통해 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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