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중국 정사는 흔히 ‘25사’라 부른다. 그 첫째가 ‘사기’이고, 한서·후한서·삼국지…로 이어진다. 사마천이 집필한 사기는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사라진 고대사 연결 가교이다. 또한 새로운 역사서 편집 체계인 기전체의 효시이기도 하다.

기원전 145년 시안 동북쪽 시골에서 태어난 사마천은 ‘중국 사학계 태조 대왕’이라 일컫는다. 한무제에 의해 궁형을 당한 비운의 인물이자, 죽음조차 이설만 구구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개인의 비극이 승화돼 후세들 축복이 됐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사기엔 전국 시대 정치가 상앙의 인구 증대를 위한 조치를 묘사한다. 그는 일찍이 최초의 통일 제국이 탄생하는 제도적 초석을 깔았다. 진효공은 부국강병을 도모코자 상앙을 등용한다. 개혁 초창기 반발이 심했으나 동요하지 않았다.

백성들 생활 변혁을 기하면서 상앙이 제일 먼저 제정한 법률은 바로 인구수 확충 시책이다. 당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대가족 형태는 아무래도 출산율이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고자 결혼한 자녀는 분가하도록 만들었다. 세대수를 늘리고자 함이다. 그래야 세금 징수도 늘어나고 징집 인력도 많아진다고 여겼다. 국가 전체 호구를 확장하려는 상앙의 결정은 진나라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틀이 되었다.

로마 제국도 그랬다. 막대한 행정 비용을 마련코자 정기적인 센서스를 실시하고 세원을 발굴했다. 신약 성경엔 목수인 요셉과 아내 마리아가 인구 조사를 받고자 베들레헴으로 이동했고, 아들 예수를 낳았다는 일화가 나온다.

동서고금 불문하고 인구는 국력의 상징이다. 언젠가 EBS 세계테마기행은 윈난성 거주 소수 민족인 하니족 여인들 전통춤을 소개했다. 둘씩 짝을 지어 골반을 앞으로 바짝 내밀었다가 뒤로 빼는 동작의 규칙적 반복이다. 다산을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는 인터뷰. 여행자 말대로 민망한 춤사위였다.

유대인 공동체는 인구 감소를 막고자 결혼 기피와 유아 살해에 엄한 형벌을 내렸다. 지참금이 모자란 가난한 처녀에겐 돈을 대신 마련해 혼인을 장려했다. 인구 밀도가 낮은 몽골도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법적으로 네 자녀를 출산할 때까진 낙태가 금지되고 다섯 이상인 경우 훈장도 수여한다.

외신에 의하면 헝가리 정부의 출산 장려책은 파격적이다. 결혼하면 대략 2년 정도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를 대출로 보조해준다. 이후 자식 셋을 낳으면 그 부채를 완전 탕감하는 방식으로, 혼인 건수가 기록적 상승을 이뤘다는 보도.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나라는 덴마크가 꼽힌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말한다. 한 국가의 국부 4분의 3은 사람이라고. 또한 외국 석학들은 한국에 대해 충고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는 이민 확대로 극복된다고. 다문화 감수성이 박약한 우리가 되새길 만한 조언이 아닐까.

인구 절벽을 맞이한 경북은 특히 다문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국제결혼 이주로 정착한 동남아인과 그 아들딸은 소중한 자산이라 여겨진다. 그들을 따뜻이 감싸고 더불어 미래로 나아갈 포용력이 절실하다.

1977년 발생한 뉴욕 대정전은 변전소에 떨어진 낙뢰로 야기됐다. 한밤중 상점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면서 무법천지로 변했다. 훗날 몇 가지 현상이 조명된다. 그중 하나가 신생아 출생 증가 후문이다. 작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집콕 문화가 일상화됐다. 이게 한국의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혼례를 미룬 커플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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