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규 대구대 장애학과 대학원생.
조영규 대구대 장애학과 대학원생.

대구대 장애학과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도 활동 중인 조영규 씨.

고등학교 2학년 18살에 그는 레버 시신경 병증이라는 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됐다. 지금 그의 나이 30살.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세월이 18년 그리고 시각장애인으로 산 세월이 12년이었다.

그는 6년 전쯤인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세월이 18년이면 18년 동안 세상을 못 본 후에는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18+18. 36살에는 눈이 나아질까? 그때의 생각대로라면 이제 6년만 있으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장애 때문에 취직이 어렵고 그로 인해 대인 관계가 좁아지고 하여 몇 년 전 우울증이 찾아온 적이 있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 심리 상담을 받으며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장애가 늘 삶의 큰 화두였던 것을 그는 알게 되었다. 이제 이것을 넘어가지 않고서는 그의 삶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장애에 대해 탐구 해보겠다며 대구대 장애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 교육도 받고 강사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 하나, 어느새 그의 삶에 가장 큰 주제였던 장애가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가장 큰 소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장애라는 것에 더 이상 짓눌리지 않고 이제는 장애를 이용하고 있는 그를 발견한 것. 장애라는 것을 분석하고 있고 장애 때문에 힘들어 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 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 장애학과 석사과정으로 공부하며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 중인 조영규 씨.

그는 흔히들 말하는 장애 극복이나 수용 혹은 장애인으로서의 정체감 등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장애가 극복의 대상이라 생각지도 않으며 평생 장애를 수용할 것 같지도 않고 장애인으로서의 정체감을 느낄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이 싫고 될 수만 있다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년 전 36살이 되면 눈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에 점점 다가오고 있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당연하게도 6년 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시 혼자 삼겹살을 구울 수 있고 밤하늘을 볼 수 있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세상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울 것도 같다고도 했다. 지금 장애학이라는 재미있는 학문을 탐구하고 있고 장애인 자립을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일들, 내 삶에 재미있는 소재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 극복이라고 말해도 좋고 수용 혹은 장애인으로서의 정체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그 무엇은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되는 것일까? 젊음과 늙음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은 나이인 서른 살. 그는 더 이상 생각만 하고 있을 수가 없는 나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 사회적 시선들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조만간 자연스럽게 자신도 꼰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애’라는 것에 어떤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방식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의 아이디어들이 나이가 더 먹음에 따라 더 이상 새롭고 신선하지 않은 것이 될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설령 36살에 다시 눈이 보인다 해도 그 때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아니,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젊고 아직 신선하다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밖에 남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서른 살은 그에게 이런 의미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계획을 생각하기 보다는 일단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꼰대가 되기 전 남은 젊음을 완전히 연소하고 싶다”고 말이다.
 

김윤섭 기자
김윤섭 기자 yskim@kyongbuk.com

경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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