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지난 열흘 남짓 기간 동안 한반도에는 세 개의 태풍이 연이어 상륙해 많은 피해를 낳았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밀리면서 생긴 태풍 길을 통해 바비, 마이삭, 하이선과 같은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로 온 것이다. 이번 태풍은 한반도로 오면서도 힘을 잃지 않고 북상하는 경향이 강해 최대풍속은 바비의 경우 초속 24미터, 마이삭은 35미터, 하이선은 44미터에 달해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사람과 커다란 돌을 날려버릴 정도의 강력한 위력이었다. 작년에도 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고, 2012년에는 올해와 비슷하게 볼라벤, 덴비, 산바 등 연이은 태풍으로 우리나라는 1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때의 태풍과 지금의 태풍이 다른 점은 올해 태풍이 ‘코로나 태풍’이라는 점이다.

10호 태풍 하이선은 우리나라에 오기 전 일본 규슈 남쪽을 북상하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가고시마시(鹿?島市)에서 순간풍속 초속 59.4미터를 기록할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규슈와 시코쿠지역을 비롯한 인근 11개현 870만 명의 주민에게 대피권고 또는 대피지시가 내려졌고, 규슈에 집적된 자동차공장이 가동 정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태풍으로 규슈 각 지자체들이 겪은 어려움 중 하나는 주민 분산대피였다. 각 대피소를 소독ㆍ환기하고 밀폐, 밀집, 밀접이라는 3밀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재민들 간 거리두기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이재민들이 한꺼번에 모여들면서 수용 인원을 초과하는 대피소가 속출했다. 24만 6천명의 주민에게 대피지시가 내려진 가고시마시에서는 69명 수용 가능한 마을회관에 145명이 모이는 등 수용 인원을 두 배 이상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기상청은 향후 1개월 이내에 또 다른 태풍이 한반도로 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11호 태풍 노을과 12호 태풍 돌핀 등 2~3개의 가을태풍이 연달아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태풍이 육지를 빠져나간 이후에도 하천이 범람하거나 폭풍해일이 발생할 경우 대피규모는 더욱 커지고 대피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된다. 특히, 동해안의 경우 폭우와 바닷물 수위가 높은 상황에서 폭풍해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침수피해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다. 이러한 대규모 이재민을 코로나 방역대책 차원에서 대피소 정원을 줄여 다른 곳으로 분산대피 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복합재난 상황 속에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주민을 신속히 분산대피 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책과 그 내용이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감염자와 밀접접촉자에 대한 정보를 광역기초지자체는 물론 기초지자체 담당공무원과 보건소 등이 함께 공유해야 지원활동이 가능할 것이며, 이와 함께 대피시설 내 전용공간, 전용화장실, 별도의 동선 확보 등 섬세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충분한 전용공간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를 위한 전용 대피소 확보 등 우선순위를 정하여 대응하여야 한다. 이 경우 배제, 차별 등과 같은 인권문제,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과 배려, 상황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고령자, 기저질환자, 장애인, 임신부, 자택 요양자 등 감염병ㆍ대피 취약계층에 대한 대피지원 대책 등 세심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장기화, 연이은 태풍 등 감염병과 자연재해라는 복합재난에 대비한 주민 분산대피 가이드라인을 섬세하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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