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충성! 일병 ○○○는 몇 월 며칠부터 몇 월 며칠까지 3박 4일간 휴가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이 일병은 자대 배치 후 첫 훈련을 마치고 휴가를 받아 휴가 신고를 했다.

평소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군에 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서의 신병훈련은 이 일병에게 지옥훈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대한민국 군에서도 군기가 쎄기로 유명한 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 차출됐다. 이 일병은 눈앞이 캄캄했다.

특전사 요원들은 대부분 운동부 출신이나 체력에 자신이 있는 장정들이 지원하는 곳인데 허약한 몸으로 차출됐으니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 일병은 특전사 훈련을 받는 동안 몇 번이나 실신하기까지 했다. 이런 고된 훈련을 마치고 받은 3박 4일의 휴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이 일병은 귀대일을 맞아 아침부터 서둘렀다. 체력 보완을 위해 집에 있던 아령을 배낭에 넣고 차에 올랐다. 특전사까지는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최소한 5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여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 일병은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부대로 향했다. 그런데 이 일병이 탄 버스와 트럭이 추돌사고를 내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이 일병은 속이 타 들어갔다. 부대에 전화를 걸어 사태를 설명하고 최대한 시간에 맞춰 귀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일병은 버스를 버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부대 앞까지 갔다. 귀대시간에 맞추기 위해 그 무거운 아령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내무반을 향해 헉헉대며 내달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일반 서민 가정 병사들의 휴가 복귀가 이런 것이다.

어느 일병은 휴가 복귀 17분이 늦어 탈영으로 간주 돼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또 다른 일병은 40분이 늦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일병의 58일 간 줄휴가와 엄마찬스 보좌관 전화 휴가연장이 특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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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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