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맞는 인력 재배치 필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의 한 문화유적지 주차장 화단에 토마토와 고추 등을 불법경작하고 있다.
안동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이른바 ‘시간 때우기’ 식 근무 행태를 일삼는가 하면 별다른 업무도 없이 활동비를 챙기고 있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단체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인터넷 예약제의 문화관광해설업무도 거의 없는 데다 현장에서는 홍보가 부족해 문화해설을 들을 수 없어서다.

9월 기준 안동시의 문화관광해설사는 총 53명으로 하회마을에 12명, 도산서원 7명, 병산서원 4명, 봉정사 4명, 월영교 5명, 임청각 4명, 연미사 4명, 태사묘 5명, 버스터미널 4명, 선비순례길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의 한 문화유적지 화장실 뒤편 마당에 옥수수를 불법경작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절반가량의 인력이 근무조를 맞춰 격일제로 교대 근무하는 형식으로 봉사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주요 업무는 문화유적에 대한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야기 위주의 해설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 자연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이다.

안동시의 문화관광해설사의 활동 내용(인터넷 예약)을 보면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6월 말 기준) 4만8817건에 그쳐 지난해 전체 38만7917건을 반으로 나눈 20만 건이라 해도 25%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특별한 업무도 없는 상태에서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상시 출근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관광지 내 자투리땅에 고추와 상추 등 불법경작을 해 식사시간 수확해 먹는가 하면 관광지 내 밤과 옥수수 등도 불법 채취해 업무시간 취식한 정황도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안동의 경우 문화관광해설사 1인당 일당 6만 원의 활동비가 주어진다. 안동시는 매년 이들에게 6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의 한 문화유적지 주차장 경계석을 따라 상추를 불법경작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관광해설사들의 근무 태도 실태 조사를 비롯해 상황에 맞는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에서 안동의 한 관광지를 찾은 전 모(40) 씨는 “단체 관광객이 인터넷으로만 예약해야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았다”며 “해설사 이용을 독려하는 홍보물도 없어 예약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이 모(38) 씨도 “문화관광해설을 받기 위해 안내소를 들렀지만 자리에도 없거나, 분주하게 수다를 떨며 무엇인가를 먹고 있어 불쾌했다”며 “정작 관광지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는 관광객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동축재관광재단 관계자는 “사전 예약이 우선이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도 관광지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누구든지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거리두기 2.5단계로 지금은 주춤하지만 소규모 관광지에서도 문화관광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해설사를 배치하고 시간별로도 곳곳에 배치해 주변지역의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해설사는 경북도에서 선발해 각 시·군이 소요 인원을 요청하면 배정한다. 안동시는 지난 2004년부터 안동축제관광재단에 민간 위탁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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