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

엄마 품에서 태어나 아기 시절에 나에 대한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기억은 드문드문 난다. 지금은 도로로 흔적도 없지만 서너 살 때 일제 강점기에 지은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살았다. 태어나서 가제처럼 뒤로 기어 대나무 벽을 뜯어 모두들 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생 처음 겪는 코로나19는 미사일 발사와 전쟁과 환경파괴, 음란물 천국을 반성하고 정화하고 회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나 개인 생각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아기 때도 뒤로 갔듯이 어른이 돼도 성모당 기도하면서 매일 일기 쓰며 뒤돌아보는 ‘건강에 건전한 가치의 삶’ 가훈과 일치한다.

나하고 두 살 차, 세 살 차 나는 연년생인 동생형제가 나를 믿고 덜컹거리는 소달구지 뒤따라 우시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을 잃어 동네를 서너 바퀴 돌아 집을 못 찾아 셋이 맨홀 뚜껑에 앉아 울고 있었다. 한나절동안 우리를 찾아 헤매던 엄마를 만나 호되게 혼난 기억은 또렷이 나서 평생 기억한다.

어린 시절 고향 상주는 전형적인 농촌분지로 집도 비슷비슷하다. 골목도 많아 골목 안 막다른 집 찾아가기는 눈썰미가 있고 길눈이 밝아야 찾는다. 담 하나 건너면 집인데 길 따라 뱅글뱅글 돌다 보니 갔던 길로 또 가고 해서 황당한 일을 겪고는 무한정 엄마의 자식 사랑에 감동 먹어 나 홀로 다녔다.

초등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만화방도 들락거리며 골목에서 장대 싸움도 많이 했다. 머리가 커지며 세상 물정을 알게 되니 ‘나’라는 존재에 관심이 생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왜 태어났는가? 인생은 왜 살아야 하는가? 온갖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비 맞고 헤매고 망상도 배부르게 했다.

하루를 사나 백세시대 한평생을 사나 지나 보면 똑같다. 실컷 먹자니 배가 차서 안 들어가고 피땀으로 모은 재물도 못 가져가니 인생의 종말은 허무하다. 눈뜨면 살아있고, 눈감으면 이승이냐 저승이냐 잠깐이냐? 오래냐? 죽어 있다는 것이다. ‘숨 쉬면 살아있네’ ‘숨 안 쉬면 죽어 있네’ 차이다.

내일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늘, 새로 태어나는 하루살이 연속상영 인생 드라마다 눈 뜨고 왔다가 눈감고 가는 백 세 인생이나 아침에 눈 뜨고 저녁에 눈감는 하루살이나 마침표는 같다.

첨단 전자세상 한 치 앞을 모르는 자동차에 내 몸 맡기는 인생사!

걸리면 격리시키고 죄인취급, 기저질환노인 막 잡아가는 코로나 시대 천지신명이여 감염 안 되게 굽어 살펴주소서 아멘! ‘눈뜨면 출생, 눈감으면 사망’이니 막지도 잡지도 못하는 바람 같은 인생 ‘상주곶감’ 보다 무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며 오래 사는 것이 현명한 코로나19 인생 단상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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