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앙코라 임파로(Ancora imparo). 이 말은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라는 뜻의 이태리어다. 아직 배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미켈란젤로가 87세에 성 시스틴성당 천정화를 완성하고 나서 자신의 스케치북 한 편에 적었다는 ‘앙코라 임파로’. 최고의 예술가로 칭송을 받는 거장 중에 거장 (巨匠)이 더 이상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정진하겠다는 장인정신을 밝힌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자각하는 겸손함을 적은 것이다.

암으로 타계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마지막 순간까지 창의력 넘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했다. 언론인들이 생전에 잡스에게 “이제까지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이 어느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모두들 아이폰이나 아이팟 같은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의 대답은 달랐다고 한다. 그는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작품은 바로 ‘애플’이라는 기업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애플의 힘은 잡스의 천재성과 늘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에 있었으며, 조직에 뿌리내린 철학적 집요함에 있었다.

애플은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존 레넌 등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영상을 보여주며 내보낸 광고에서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다. 부적응 자, 반항아, 문제아들, 정해진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거나, 부정하거나,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진보시킨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미쳐서 배우고 노력하여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앙코라 임파로’다.

국가나 지자체 단위의 평생학습관이나 복지센터, 박물관 대학,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나이에 관계 없이 배움의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경쟁이 치열하여 수강신청이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대학이나 각종 사회교육원이 늘 만원이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68세의 할머니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겠다고 공부하고 있었다. 감동적인 어른들을 많이 본다. 오히려 정규학교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학업을 등한시하고 탈선하는 경우가 많아 가슴 아프다. 옛 성현도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고 했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신종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해서 안타까웠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여 공백을 메꾸려 했지만 그 역시 신통치 못한 것 같아 걱정했다. 점차 단계별로 학생들을 등교시켜 정상적인 학교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국가나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노력이나 관심, 범국민적 걱정에 앞서 학생 자신들이 공부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학교를 안심학교로 만들어 가야 하고,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진두지휘하여 학교를 안전한 배움터로 만들어야 한다.

절처탁마(切磋琢磨)란 말이 있다. 끊고, 자르고, 쪼고, 갈아서 보석을 만들어 낸다. 보석은 사람이 디자인하여 갈고 닦아준다. 그러나 사람은 배우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디자인하고 갈고닦아서 연마해야 한다. 바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거장 미켈란젤로가 87세에도 ‘앙코라 임파로’라 했다. 배움의 정신으로 ‘코로나19’의 공백을 너끈히 메꾸어 나가기 바란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미친 사람이 되자. 앙코라 임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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