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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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농부가 우연히 산에서 매 알 하나를 주었다. 시험 삼아 암탉이 품고 있는 닭장에 슬쩍 같이 넣어 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에서 새끼가 깨났다. 매는 다른 병아리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느 봄날 어미와 함께 먹이를 찾아 나섰던 매가 하늘 위를 멋지게 선회하는 매를 발견했다. 매는 어미 닭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새야” 어미 닭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새란다”라고 말했다. 매는 “나도 저 매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라고 하자 옆에 있던 수탉이 “야, 꿈 깨라 우리 같은 닭은 매하고 근본이 달라”라고 했다.

매는 이런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나는 연습을 했다. 나날이 조금씩 날개에 힘이 붙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매는 꾸준히 연습한 끝에 비로소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됐다. ‘긍정의 힘’이 매의 본성을 되찾게 했던 것이다.

‘소우주’로 불리는 인체를 탐험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나노로봇’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미 서던메소디스트대 김민준 석좌교수가 최근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라는 책을 냈다. 김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로 사람 체액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나노로봇을 개발한 공학자다. 이 로봇은 암세포와 뇌종양을 파괴하는 약물을 목적지까지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뇌 속까지 탐험할 수도 있다.

이런 큰 업적을 이룬 김 교수는 평소 30㎝ 플라스틱 막대자를 갖고 다닌다. 난독증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한 줄을 읽고 나면 다음 줄을 찾기 힘들어 더듬거려야 할 정도다. 심각한 난독증에도 불구하고 온갖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세계적인 학자가 됐다. 김 교수는 사고로 오른 팔을 잃은 장애인 외할아버지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긍정의 힘’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 ‘이너스페이스’(1987년)를 현실로 만든 김 교수의 성공 비결은 ‘긍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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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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