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심재용 ‘천년의 미소를 보듬다’
경상북도 공예품 대전(2019) 대상(大賞), 대구광역시 공예대전(2018) 대상(大賞), 대구광역시 관광기념품대전(2017) 대상(大賞). 2016 프랑스 리옹 도자 박람회(Les tupiniers du Vieux Lyon) 등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며 경북 구미에서 수천요와 구미공예문화연구소를 운영 중인 수천 심재용(手天 沈在容)의 16번째 개인전이 15일부터 20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개최된다.
미소를 보듬다
2003년 첫 개인전 이후 ‘손빚음 그릇전’이란 일관된 주제로 전시회를 이어오고 있는 도예가 심재용은 손빚음이 갖는 미학적 의미와 반복된 기법의 재현에서 오는 노동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손빚음’은 물레 없이 손으로 흙을 주물러 그릇을 만드는 일에 붙여진 우리말 이름이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물레를 쓰지 않고 손으로 만든 흙 그릇을 핀치팟(pinch-pot)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핀치팟을 만드는 기술을 핀칭(Pinching)이라고 한다.

이처럼 서양식 도자용어는 교육현장에서 우리말보다 앞서 서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도자기가 동양의 전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식 용어로 사용 되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모순을 보여주는 점이다. 그리고 ‘보듬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보듬는 그릇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겐 친숙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용어이기도 하다. 마음을 맑게 해 본연의 자신을 볼 수 있는 그릇이기도 한 ‘보듬이’는 물레 없이 기초부터 완성까지 손으로 성형해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시대의 새로운 그릇으로 평가받고 있는 보듬이는 그의 스승 정동주에 의해 연구되고 디자인되어졌다. 보듬이의 가장 큰 특징은 굽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의 높이는 8~8.5cm, 입지름은 10~11cm로 다완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지만. 결코 다완의 틀에 구애받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스승 도예가 정동주는 심재용에게 “보듬이를 빚는 작가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얼굴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늘 말했다. 그저 보기 좋은 것, 싸서 좋다거나 비싸서 가치 있다는 것이 보듬이의 개성이 될 수 없다. 둥그런 모양새를 따라 만든다고 모두 보듬이 작가가 될 수도 없다. 보듬이와 보듬이 빚는 이의 정체성은 역사와 삶을 관통하는 태도에 있다.”라는 가르침은 아직도 그가 흙을 대하는 마음의 근간이 되고 있다.
심재용, 작업실풍경
심재용의 도예작품 재료가 되는 흰색 ‘카오린(Kaolin)’은 카오리나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암석 또는 점토로서 내화도가 높아 도자기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만의 심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특징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와 문양이 새겨 넣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형태와 색채, 철학을 담은 그릇 50여점이 선보인다.
심재용, 작업사진
작가는 “흙과 불이 주고받는 수축과 이완을 깊이 이해하고 그릇속에 숙련된 테크닉과 그간의 내공을 담기위해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손빚음 보듬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오늘까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그 작업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매일 보듬이를 만드는 일은 그날의 일기를 쓰고 여행을 기록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보듬이의 삶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떠났던 경주 여행에서 보았던 남산의 부처님 얼굴, 딸과의 이야기에서 떠올렸던 어느 소녀의 낯, 위안부 피해자들의 저고리, 마스크를 낀 오늘 우리 이웃을 보듬이에 새겨 넣었다. 얼굴이겠거니 했던 것에서 보다 또렷한 이목구비로 나아갔다. 점점 이미지는 구체화하고 묘사는 세밀해졌다. 때때로 섬세한 묘사가 하도 정밀해서 나무를 깎아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섰다. 처음 손빚음 조형을 위해 기울였던 육체적인 고단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벽이 느껴지는 듯 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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