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형.

“더불어 나누는 삶, 그 속에서 함께 웃고 싶어요.”

경산시립박물관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서주형 씨는 30살이 되면서 ‘더불어 나누는 삶’을 꿈꾸게 됐다.

10대에는 우연히 보게 된 자동차 광고에 매료돼 트렌디한 광고기획자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실 막연하게 미술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방대학 서양화과에 진학을 했지만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수도권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고 자퇴했다.

이후 수도권으로 상경해 새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목표를 향해 달렸다.

영상동아리 장으로 활동하며 교내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고, 젊은 패기로 인턴을 뽑지 않는 회사에 삼고초려 해 인턴의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 후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며 ‘백남준展’, ‘삼성 QLED 런칭쇼’, ‘금산인삼엑스포’, ‘뮤지컬Flying‘, ‘평창 동계 올림픽’ 등 경력을 쌓았다.

한창 바쁠 시기에는 주야, 휴일 가릴 것 없이 일주일에 130시간씩 일을 하기도 하고 해외에 출장을 나간 팀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새벽 3시, 4시에도 전화가 울리면 출근해 작업을 이어나가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힘을 내서 한발씩 나아갔다.

그러다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 계기가 된 사건이 발생했다.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업무를 통해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협력업체 30대 중반의 가정이 있는 직원이 과로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도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암 투병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아들이 걱정할 까봐 투병 사실을 숨기셨고 진상을 알게 된 후 내 자신, 가족도 챙기지 못하며 화려한 커리어, 물질적 댓가 만을 추구하는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는 서 씨는 “그 길로 귀향해 내 주위, 더 많은 사람들과 여유 있게 더불어 살며 나누는 삶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생활과 예술이 밀집돼있는 수도권에서 10여 년을 살아온 까닭인지 고향에서의 삶이 여유롭지만 공허하게 느껴졌다.

보고 싶은 전시회나 기획전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향해야만 했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줄 공간이나 방안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문화생활의 격차가 있다는 사실도 안타까웠다.

‘더불어 나누는 삶’을 꿈꾸게 된 계기도 그쯤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예술 쪽 경험이 현재 장애인을 위한 치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시민에게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경험을 연결해주고 있다.

미래에는 또 어떻게 활용이 돼 누군가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른다.

서 씨는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예술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학교’, 지치고 아픈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는 ‘문화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껏 개인적인 커리어 만을 쫓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은 부족함도 많고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럴 때마다 스티브잡스의 ‘Connect the dots’를 되뇐다.

서주형 씨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 가진 능력 외에도 복지·순수미술·행정능력 등을 키우며 가지고 있는 점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 이어갈 무수히 많은 점들이 사람들과 연결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섭 기자
김윤섭 기자 yskim@kyongbuk.com

경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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