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태풍-코로나 '삼중악재' …과일·채소 안 오른게 없네

추석을 20여 일 앞둔 지난 9일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청과물 경매장이 북적이고 있다. 경북일보 DB

“작황이 좋지 않은 일부 품목부터 대부분 제수 품목 물가가 오르는 추세다. 보통 명절 연휴까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데,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어서 대목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추석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이 치솟은 물가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차례상에 사용되는 채소·과일 도매가가 최근 평년 대비 대폭 상승하면서 명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이어 정부가 감염병 확산 예방 차원으로 추석 연휴에 이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면서 올해 추석 차례상이 간소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기사 8면

차례상에 사용되는 채소·과일 품목이 대부분 비싸졌다. 최근 2개월 이상 물가가 오른 배추 등 채솟값이 크게 올랐고,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3일 전후로 사과와 수박 등의 과일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통상적으로 명절까지 제수 품목물가가 계속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차례상 비용에 대한 지역민의 부담이 점차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추석을 20여 일 앞둔 지난 9일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시장 관계자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출하량이 줄어 배추 최고 상품을 기준으로 가격이 2배 올랐다”고 말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13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추석 제수 용품 도매시장 거래현황’에 따르면 추석을 한 달 앞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사과 거래물량은 21만1㎏으로 지난해 추석을 약 한 달 앞둔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거래된 14만2986㎏보다 46.9% 늘었다.

하지만 사과 평균가는 10㎏당 4만6750원으로, 지난해 평균가 3만3540원보다 39.3% 올랐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악된 평균 거래가 3만4413원보다도 1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수박 가격도 2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5㎏ 기준 1만1394원에 거래됐던 수박 평균가는 올해 2만2818원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공급량이 47만1027㎏에서 10만7623㎏으로 거래량이 무려 77.0% 이상 줄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포도 평균가는 5㎏ 기준 1만5186원에서 1만7208원으로, 바나나 평균가는 13㎏ 기준 2만9765원에서 3만1775원으로 일 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배는 15㎏ 기준 4만6840원에서 4만4231원으로 평균가가 전년 대비 5.6% 감소했지만, 최근 3년 평균가 4만3471원보다는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채소류 가격은 전년 대비 변동이 크다.

긴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며 ‘햇볕 데임’으로 불리는 일소(日燒) 현상이 일어나 작황이 좋지 않았고 태풍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차례상 나물과 탕국에 쓰이는 무는 올해 추석을 20일 앞두고 20㎏당 2만5378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추석을 약 한 달 앞둔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거래된 평균가 7153원 보다 무려 254.8%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최근 3년 평균가 1만7092원보다도 48.5% 증가해 물가상승이 큰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배추 가격도 만만치 않게 뛰었다.

같은 기간 8107원에서 1만9556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면서 141.2%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3년 평균가 1만5697원보다도 24.6% 상승했다.

수산물에서는 문어가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10㎏당 34만5050원에 거래됐는데, 전년도 4만3800원보다 6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최근 3년 동안 거래된 평균가 11만4025원보다도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갈치 10㎏ 가격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9만4667원을 기록한 반면, 명태 20㎏과 오징어 10㎏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9%, 0.2% 하락한 3만2857원, 5만3750원으로 파악됐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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