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문 경북남부보훈지청장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육군본부 직할 독립 제1유격대대(일명 ‘명부대’)원들은 육군본부 작전명령 제174호에 따라 이명흠 대위의 지휘 하에 ‘문산호’에 올라 1950년 9월 13일 부산항을 출발했다. 다음날인 9월 14일 새벽 목표지점인 동해 영덕지구 장사해안에 이르렀으나 태풍 케지아로 인해 뭍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문산호’가 좌초됐다.

당시 부대원 대부분이 불과 2주간의 짧은 훈련기간을 거친 16~19세의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거친 파도와 북한군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오직 임무를 완수한다는 일념으로 상륙해 낮 12시께 적의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9월 19일 철수할 때까지 적과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당초 목적했던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7번 국도를 차단해 부산으로 향하던 적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이후 6·25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인천상륙작전’의 완벽한 성공을 지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전투였음에도 그간 ‘장사상륙작전’은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사상륙작전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려는 참전용사들의 노력은 계속됐고, 1997년 장사 갯벌에서 당시 태풍에 좌초됐던 ‘문산호’가 발견됨에 따라 비로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다. 장사상륙작전은 더 이상 잊힌 작전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작전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에 국가보훈처와 영덕군에서는 장사상륙작전의 군사적,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 당시 작전에 참전하셨던 국가유공자의 공헌을 영원히 기리며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당시 전투가 벌어졌던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을 건립했다.

올해 6월 5일 임시 개관한 전승기념관은 국내 유일의 해상 호국기념관으로서 당시 학도병을 태우고 작전에 동원됐던 ‘문산호’를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총 5층 규모로 1~2층은 당시 작전명령서·총기류 등 유물이 전시돼 있고, 3~4층은 체험 및 이벤트 공간, 5층은 휴게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지난해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에 이들의 활약상이 담겨있다.

당초 영덕군 주관으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준공식 및 전승기념식’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가 무기한 연기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70년 전 학생의 신분으로 오직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신 장사상륙작전 희생자와 참전유공자의 나라사랑 정신을…. 그리고 학생의 신분으로 6·25전쟁 초기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참전해 목숨을 바치신 모든 학도병의 고귀한 희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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