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간의 긴 역대급 장마에다 잇따른 태풍이 겹쳐 서민들의 밥상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 붙은 가계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한가위를 보름여 앞둔 시점이어서 서민가계는 그야말로 한(恨)가위가 될 지경이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추석 상차림부터가 걱정이다. 코로나19로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는데 제수용품 가격은 급등해 서민들의 시름이 깊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제수용 채소와 과일 도매가는 평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 최근 배추 등 채소 값은 2개월 이상 올랐다.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이 잇따라 큰 피해를 주면서 사과와 수박 등 과일 가격 또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13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사과 평균가는 10㎏당 4만6750원으로 지난해 평균 3만3540원 보다 39.3% 올랐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평균 거래가 3만4413원 보다 1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수박 가격도 2배로 뛰었다. 지난해 5㎏ 기준 1만1394원 이던 것이 올해는 2만2818원이었다.

차례상 나물과 탕국에 쓰는 무는 20㎏에 2만5378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인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평균가 7153원보다 무려 254.8% 폭등했다. 배추 가격도 날개가 달렸다. 같은 기간 배추는 10㎏에 8107원에서 1만9556원으로 141.2% 뛰었다. 문어도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10㎏당 34만5050원으로 지난해 4만3800원 보다 6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이렇게 보면 제수용 채소와 과일, 어류 등 안 오른 것이 없다.

이렇다 보니 상인들도 걱정이기는 마찬가지다. 예년의 경우 명절 전후까지 상품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시장이 형성됐는데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대목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한다.

밥상물가는 서민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물가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 통신료 지원 같은 포퓰리즘적인 지원책보다 서민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물가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긴 장마와 폭우, 태풍 탓만 하며 물가를 시장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채소·과일 등의 가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공급부족 품목은 비축물량을 과감히 풀어 가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또 매점매석 하는 얌체 상인들은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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