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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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주의 중심점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인간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 낙원으로의 복귀, 종교적 믿음에 대한 확신, 거룩함, 죄 없는 세상, 이런 것들이 모두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우주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상 유례 없는 사고의 자유와 감성의 위대함을 일깨워야 하는 일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너무나 당연한 ‘지동설’로 우주관이 변하는 데 대한 충격을 괴테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처럼 우주관이 바뀌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어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한 뒤 440년이 지난 뒤에야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를 공식 인증했다. 17세기 이후에야 동양에서는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이란 우주관에서 ‘천원지원(天圓地圓·하늘도 땅도 둥글다)’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도 ‘천원지방’을 믿는 무리가 있다.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플랫 어스(Flat Earth)’이론을 믿는 집단이다.

‘플랫 어스’를 믿는 사람들은 같이 모임을 갖고,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이들은 평면 지도를 제작하기도 하고 대규모 심포지엄까지 연다. 이 이론 추종자들이 어떻게 집단화 하는가가 흥미롭다. 이들의 삶은 평범하다. 하지만 지구가 평면이냐, 둥그냐 하는 논쟁을 하는 순간 이들은 비이성적으로 돌변한다. 결국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론은 도외시 한 채 가설 신봉자들끼리만 연대한다.

사람을 ‘소우주’라 하는데 한 번 굳어진 사람의 ‘세계관’이 바뀌는 일도 우주관이 바뀌는 일만큼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조국·윤미향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력 문제’를 두고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이런 절망감이 든다. 이들은 수많은 부정과 불법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플랫 어스’ 추종자들처럼 온갖 이유와 논리를 동원해 그들을 엄호한다. 그래도 지구는 돌아가니 참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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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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