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초가을 불청객 태풍은 폭풍우 동반한 짓궂은 열대성 저기압이다. 그 가공할 위력은 대자연의 경이를 한순간 일깨운다. 근자에 강타한 마이삭과 하이선도 맹렬한 분노로 인간의 오만을 궁상맞게 만들었다.

나흘 간격으로 몰아친 수라장은 당국의 신속한 복구가 돋보였다. 시민들 즐겨 걷는 철길숲 공원도 그랬다. 한데 지지리 운이 없는 조경수가 보인다. 강풍에 뿌리 뽑힌 녀석을 일으켜 튼튼한 지지대 설치한 소나무. 재차 엄습한 돌풍에 또다시 넘어졌다. 그대 이전삼기하길. 발랄한 까치는 실력파 건축가인 듯하다. 얼기설기 나뭇가지 엮은 둥지는 내진 설계처럼 튼실했다.

언젠가 외신에 ‘baby storm’이 떴었다. 글자 그대로 ‘아기 폭풍’이란 뜻이다. 내용인즉 캘리포니아주 어느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9명이 줄줄이 아빠가 됐다는 보도. 다들 5개월 사이에 탄생했다고. 이를 묘사한 언론 비유가 재밌다.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도 많다. 영국인 사십대 부부가 22번째 아이를 임신한 소식. 영국 역사상 최대 패밀리라고. 미국 미주리주 어떤 병원에 재직하는 간호사 36명은 업무를 위해 상호 간 출산일 조정을 했다고. 예전 내가 은행에 근무할 때도 기혼 여행원끼리 유사한 사례가 있은 듯하다.

집안 살림을 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남자를 미국에선 ‘사드(SAHD)’라고 한다. 이따금 그런 주제를 다룬 영화도 나온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는 초능력 가족들 얘기. 일하는 아내를 돕고자 삼남매 양육을 맡은 남편을 대비시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다. 꼬마들 자잘한 일상에 허덕이는 슈퍼맨. “육아도 제대로만 한다면 영웅적인 일이지”라고 자위하는 덩치가 안쓰럽다.

모두들 시니어 직원 인생 지혜만 부각한 ‘인턴’에도 전업주부 사내가 등장한다. 의류업체를 경영하는 집사람 대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곤 딸을 돌보는 역할 교체 젊은이. 다른 학모는 그를 ‘유일한 엄마’라 놀린다.

유대계 독일인 화학자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질소 비료를 대량 제조한다. 농업 생산의 획기적 증대로 지구촌은 기아에서 벗어났고 맬서스 논리는 폐기됐다. 그는 두 번째 발명품인 독가스를 개발한다. 후일 동족들 대학살 도구로 쓰였다.

하버의 부인도 전도유망한 화학자였다. 박사 학위 수여식에 인파가 몰려 언론이 특필할 정도. 결혼 후에 연구를 그만두고 부군을 보살폈다. ‘남편의 성취는 자신의 상실’이라고 스승에게 편지도 썼다. 그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마도 하버는 그 사연을 알겠지만 진술을 거부했다.

남성이 정계에 입문할 시는 ‘각시의 허락’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식구들 협조 없이는 그 장래가 힘든 탓이다. 여자 정치인도 그럴까. 힐러리나 메르켈의 경우처럼 행복한 가정은 정치적 성공의 밑바탕. 바야흐로 세계는 외조의 시대에 들어섰다.

여성들 전유로 인식된 육아 휴직이 남성에게 시나브로 확산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공무원과 대기업에 국한된 그림의 떡이긴 해도 성경 말씀처럼 원래 시작은 미약한 법이다.

아빠들 육아 휴직은 제도 보다 실행이 어렵다. 대부분 나라가 비슷한 실정이다.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저커버그가 첫딸을 낳고 결행했을 당시 사드들 열광이 반증한다. 스웨덴은 90퍼센트 넘는 육아 대디가 직장을 쉰다. 그런 문화가 부럽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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