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코로나19 상황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비대면·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사회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는 무인 편의점, 로봇 바리스타, 무인 스터디 카페 등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가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매장 점원을 거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메뉴를 골라 계산하는 키오스크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에서 벗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혼잡하지 않고, 조용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언택트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급기야 정부가 추석 연휴 이동 자제를 권고하면서 ‘언택트 추석’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선택이 아니라 빠르게 적응해야 할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언택트 사회가 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후유증 만큼이나 부작용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어 언택트 문화를 마냥 선호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현상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한 비(非) 디지털 세대 어르신들의 불편이 크다. 외출 기회도 적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적인 어르신들이 겪을 차별과 소외는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 누구나 그런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 계층이 되는 것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배려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언택트 문화는 불편하고 삭막한 문화일 수밖에 없다. 언택트 디바이드 현상을 줄이기 위한 어떤 대책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올 추석에는 안 와도 된데이~”하는 수화기 너머 부모님의 흐린 목소리에 왠지 허전함이 묻어난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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