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국적의 50대 여성 A씨는 경북 상주시에 살면서 건물 청소일을 하며 3000만 원의 현금을 모았다. 2018년 여름 우연히 B씨(60)의 개인택시를 이용했고, 그해 7월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모두 배우자가 있었지만,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자신의 돈 2000만 원을 보태 B씨와 식당을 운영하기로 한 A씨는 지난해 12월 남편에게 “당신과 끝났다”고 한 뒤 몽골로 출국했다. 성관계까지 가진 B씨가 남편과 헤어질 것을 요구해서다. 올해 1월 한국으로 돌아온 A씨는 남편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새로 개통했고, 전화번호 끝 4자리도 B씨의 것과 같게 바꿨다.

그런데 B씨는 다른 마음을 먹었다. 몽골 국적인 A씨가 연고가 별로 없는 데다 남편과 사이도 좋지 않은 반면에 상당한 예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치 자신도 아내와 헤어진 뒤 돈을 합쳐 식당을 개업해 살 것처럼 행세했다. A씨가 가진 돈을 빼앗기 위해서다.

B씨는 지난 1월 28일 구미의 한 모텔에서 A씨에게 자신이 7000만 원을 낼 테니 3000만 원을 합해 1억 원으로 식당을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A씨는 현금 2892만9000원을 찾아 B씨에게 전했다.

1월 29일 B씨는 자신의 택시에 A씨를 태워 평소 지리를 잘 아는 주거지 인근의 인적이 없는 농로로 향했고, 미리 준비해둔 1m 길이의 모내기용 나일론 줄로 A씨를 살해했다. A씨의 돈을 챙긴 B씨는 택시 내·외부 세차에 이어 나일론 줄을 불에 태우는 등 증거를 없앴다. 다음날에는 택시 트렁크에 있던 시신을 구덩이를 파서 묻었고, A씨의 신발과 가방을 드럼통에 넣어 불태우기도 했다. A씨의 돈을 땅 속에 묻어 은닉하기까지 했다. 그는 수사망이 좁혀지자 농약을 마셨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수사기관에서도 농약 중독으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김정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강도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전 재산에 가까운 예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피고인에게 맡기기까지 했는데, 이를 통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가졌던 사랑의 신뢰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무참하게 살해했고, 그동안 미래를 함께할 것이라 믿었던 피고인으로부터 목이 졸려 죽어가던 순간 피해자가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의 손에 죽은 피해자를 애도하고 죄를 뉘우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점 등을 보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만큼 교화·갱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유기징역형을 내린다”고 했다.

김부신 기자
김부신 기자 kbs@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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