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서 의식잃은 환자 심폐소생술
숨 틔운 뒤 119구조대 도착하자 홀연히 사라져

15일 오후 10시 50분께 포항의 한 택시기사가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쓰려져 호흡곤란에 빠진 50대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뒤 유유히 사라진졌다.

늦은 밤 버스터미널에서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에 빠진 환자의 생명을 재빠른 응급처치로 구한 뒤 유유히 사라진 한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10시 50분께 포항시 남구 상도동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50대 남성 A씨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당시 A씨 주변에는 4~5명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과의 접촉이 망설여지는 듯 먼저 선뜻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터미널 외부에서 한 남성이 대합실로 달려와 A씨를 살펴봤다.

당시 환자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겨내자 입안 가득 거품을 물고 호흡곤란에 빠져 있었고, 이 모습을 확인한 이 남성은 곧바로 A씨를 곧게 눕히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주변 시민들 중 한 명은 119에 신고했다.

얼굴에 침방울이 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이 남성은 10분가량의 심폐소생술로 결국 A씨의 숨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이윽고 터미널에 도착한 119구조대가 A씨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평소 앓던 간질 증상이 급작스럽게 나타났으나 큰 부상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연락이 닿은 보호자에게 인계돼 무사히 귀가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 환자의 생명을 구한 남성은 터미널 밖으로 나가 흰색 택시의 운전석에 탑승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장면을 목격한 박 모(40)씨는 “가뜩이나 타인의 삶에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요즘 세상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더욱 팍팍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선뜻 달려와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고 많은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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