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택시업계의 생사를 가를 수백억 원대 ‘최저임금 집단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측 손을 먼저 들어줬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경북일보 DB.
대구 택시업계의 생사를 가를 수백억 원대 ‘최저임금 집단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측 손을 먼저 들어줬다.

노동자가 사납금 인상률을 요금 인상률보다 낮게 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고정급’보다 ‘운송수익금’을 많이 가져가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산지법에서 진행된 최저임금 소송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판결이 내려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7일 대구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대구지방법원은 택시운전사 A씨 등 18명이 택시업체 14곳을 상대로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돌려 달라며 청구한 소송을 일부 기각했다.

앞서 A씨 등은 택시업체가 실제 근로시간 변경 없이 2013년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목적이라며 사측에 최저임금과 실질임금 간 차액지급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이 시행된 2009년과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된 2013년에는 상당한 시기적 간극이 있어 개정 시행된 최저임금법을 잠탈 하려는 의도가 아닌 택시요금 조정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당시 택시 요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사납금 인상률을 요금 인상률보다 낮게 하는 대신 운수종사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서 ‘기본급’ 대신 ‘초과운송수익금’을 많이 가져가는 것으로 노사가 합의했다는 것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월급은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에 따른 ‘기본급’과 사납금을 제외하고 추가로 벌어들인 ‘초과운송수입금’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난 10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유사소송에서는 택시기사가 일부 승소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부산의 택시 노사가 맺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자발적인 것이라도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신의칙 원칙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봤다.

현재 대구지역 법인택시업체 89곳 중 87곳에서 최저임금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체 소송 건수는 60여 건으로 참여한 택시기사는 1200여 명이다. 소송 내용은 3년 치 소급 임금분으로 택시기사 1인당 평균 1000만 원에 달한다.

대구 택시업계는 부산과 대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후 소송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서덕현 법인택시운송조합 전무는 “부산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고도 기본임금을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지만, 대구의 경우 매년 기본임금을 일정 부분 인상해왔다”며 “지난해 4월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해당 회사의 독단적인 노사협상이었다. 대구의 경우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노사협약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기웅 전국택시산업노조 대구본부 조직정책국장은 “노사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소송을 불가피하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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