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거리두기 운동으로 온정의 손길 '싸늘'
후원금·후원물품 확 줄어 취약계층에 나눠줄 선물 없어 걱정

영천시 북안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 8일 결식우려가 있는 독거노인 및 장애인가구에 정기적인 밑반찬 서비스를 제공하는 ‘따뜻한 밥상’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북안면 제공

“추석 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눌 연탄도, 같이 나눠줄 사람도 없네요. 코로나19가 참 무섭습니다.”

유호범 포항연탄은행 대표가 씁쓸해하며 말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온정의 손길은 지난해에 비할 수조차 없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덮친 올해는 더욱 힘들다. 각종 명절, 연말연시에는 기업 관계자들을 비롯해 공공기관·개인기부 등이 이어져 어려운 이웃들과 정을 나눴고, 도시 아파트보다 조금 더 빨리 차가워지는 시골집의 방바닥을 따듯하게 달궜다. 연탄배달을 돕겠다는 자원봉사자들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같은 따스함마저 앗아갔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의전화는 벌써 시작되고 있지만 연탄창고는 텅텅 비었고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시민들은 선뜻 자원봉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한해에 최소 8000만원가량이 모여야 포항과 인근 지역의 에너지 빈곤층이 내년 봄까지 버틸 만큼의 연탄을 구할 수 있는데, 현재 10%도 채 모이지 않아 정말 힘겨운 상황”이라며 “모두가 어렵고 힘든 올해지만, 한 숟가락씩만 마음을 나눠 모두 함께 역경을 해쳐 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곳은 포항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 기업의 후원물품이 절반가량 줄어 ‘추석 선물꾸러미’를 가공품으로만 구성했다.

유창우 월성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지역 기업들의 후원물품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올해는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과일 가격도 폭등해 ‘선물 꾸러미’에 과일은커녕 라면이나 휴지 등 간단한 생필품만 구성해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졌던 지난 2월과 달리 이번 코로나 사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구호물품도 80% 가까이 줄었다.

유 부장은 “지난 2월에는 모금회에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구호물품이 이어졌다. 매일 구호물품을 받으러 구청을 방문했을 정도”라며 “하지만 이달부터 구호물품 수령을 위해 한 달에 한 번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매년 추석을 맞이해 지역의 저소득계층과 홀몸 어르신에게 전이나 수육 등을 대접하는 ‘명절상’도 못 꾸릴 처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봉사자들이 모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유 부장은 “현재 기업공헌 활동이 급격히 줄어 기존 봉사 인력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또 자원봉사자에게 무작정 참여를 독려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명절상’ 대접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영천시 종합사회복지관 또한 로나19로 인해 후원금 및 후원물품이 40% 가량 감소한 가운데 후원물품 또한 대부분 방역물품이라 저소득층이 당장 필요한 생필품이 모자란 상황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이맘때면 명절 분위기로 들떠 있는데다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추석 등 각종 후원사업으로 바빴다는데 이번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명절 앞에 불우이웃들을 위한 사업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경기침체로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설과 추석 명절과 연말이면 후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며 “올해는 예전과 차원이 다르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나눠줄 선물이 거의 없어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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