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전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전 포항대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공영방송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 ‘이슈 픽 쌤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는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불분명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정보를 취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과 함께 그 대안을 제시하는 매우 유익한 강연을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슈(issue) 픽(pick)’이라는 외국어를 써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특히 노년층)가 적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 말은 의당 우리말로 순화하여 쓰는 게 옳다고 본다. 시청자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외국어를 언론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슈 픽’도 그렇지만 특히 ‘쌤’이라는 용어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쌤‘은 우선 표준어가 아니다. 또한 ‘쌤’은 교사를 좀 낮잡아 볼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잘못된 표현을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쓰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때 모 교육청이 조직문화 혁신방안으로 교사를 직급이나 직위로 부르는 대신 ‘쌤’,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겠다고 발표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곧바로 교사들의 반발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즉 ‘쌤’은 교사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교권 추락마저 우려될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당황한 교육 당국은 황급히 ‘이 호칭은 교직원들끼리만 적용하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여 이 일은 촌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선생님을 ‘쌤’이라 부르자고 했을 때 교사들이 받은 충격과 자괴감은 절대 작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선생님을 뜻하는 말인 ‘쌤(또는 샘)’은 2000년대 초 인터넷 언어(은어)로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생활 속에서 준말처럼 널리 쓰이고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립국어원도 ‘쌤’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쌤’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교원단체에서도 ‘선생님’은 제자가 스승에게 쓸 수 있는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존경의 말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함에도 공영방송이 선생님을 ‘쌤’이라고 호칭하면 마치 시청자들에게 선생님을 ‘쌤‘이라고 불러도 좋다는 무언(無言)의 신호를 줄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와 공공기관은 표준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영방송은 더욱더 앞장서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송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진행 중인 ‘이슈 픽 쌤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은 마땅히 그 제목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은 항상 용어 선택에 더욱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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