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변호인 주장=“추미애 장관 아들은 2017년 4월 12일 국군 양주병원에서 병가서류를 발급받아, 2017년 6월 5일~14일까지 1차 병가를 얻었다. 수술 통증과 거동불편으로, 1차 병가가 끝나갈 즈음 전화로 6월 15일~23일 2차 병가 허락을 받았다. 관련 진단서는 2차 휴가 중인 6월 2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급받아 그날 e-mail을 통해 군부대로 보냈다. 수술 부위가 회복되지 않아 6월 24~27일까지 3차 정기휴가를 받았다”(2020년 9월 2일 추미애 아들 변호인 입장문에서 발췌)

당직 사병의 주장= “2017년 6월 25일 8시 50분경 선임 병장으로부터 추미애 장관 아들의 부대 미복귀를 통보받았다. 부대의 출타 장부를 확인하니 휴가 복귀일이 6월 23일이어서, 당사자와 직접 통화해서 부대 복귀를 지시했다. 9시 30분경 육군본부 마크를 단 대위가 방문하여, 본인이 부대 복귀를 지시한 사병임을 확인한 후 지역대 통합당직실에 보고 여부를 물었다. 보고 전이라고 대답하자 휴가로 올리라고 해서 지역대에 그렇게 보고했다”(당직 사병의 경위서, 한겨레신문 2020년 9월 16일에서 발췌).

추미애 장관의 아들과 관련된 문제는 3가지다. 자택에서 2차로 휴가가 연장되는 과정에서, 추미애 장관의 보좌관이 전화로 청탁을 했는지? 3차 휴가로 이어지는 데서 추미애 장관 부부 중 1인이 관련되었는지? ‘우측 슬관절에 대한 관절경적 추벽 절제술’이 1~3차로 이어지는 휴가를 사용할 정도로 위중한지? 특임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방법이든 다른 방법이든, 수사의 중립성이 보장된다면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힘’이 줄기차게 이 문제를 부각하는 이유는 김관정 지검장과 이종근 형사부장이 추미애 측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사전조치 없이 방어만 하려 하니, 민주당 의원들의 낯뜨거운 방어전이 나타나는 것이다.

9월 9일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을 두고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라고 말했다. 추상같은 명령체계와 법규가 적용되는 군대를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식당’으로 휴가를 ‘김치찌개’로 비유했다. 군대를 희화화(戱畵化)해도 정도가 너무 심했다. 2차 병가 이전 추미애 장관 아들의 상태가 국방부령인 「부대관리훈령」 제65조가 규정한 천재지변, 교통두절, 심신장애, 가족변고에 해당할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9월 15일 김태년 의원은 원내회의에서 “부대 미복귀 상태에서 전화, 메일, 카카오톡으로 휴가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군대를 마음대로 휴가를 연장할 수 있는 상태, 즉 목적도 법규도 없는 허술한 조직으로 인식하게 했다.

9월 16일 홍영표 의원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장관의 아들 문제를 거론하는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을 두고 “과거 쿠데타를 일으켰던 세력이 국회에서 공작하고 있다”라고 했다. ‘과거’나 ‘음모’는 물타기 전략으로, 공격과 방어의 근거를 찾을 수 없을 때 선택한다. 현재 5·16 및 12·12쿠데타와 관련된 군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같은 날 박성준 의원은 현안 브리핑에서 “추미애 장관의 아들은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라고 발표했다. 물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군대에 갔으니 말은 된다. 그러나 휴가 연장을 옹호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를 소환한 게 문제다. 특정한 1인의 격을 높이기 위해, 평생 독립운동한 분의 격을 낮추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을 옹호하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대할 때마다, 사실인가 싶어 눈과 귀를 씻고 다시 보고 들어야 할 지경이다. 175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이므로, 국민의 정서를 넘어서는 발언도 허용되는가 보다. 군사정권과 적폐정권을 몰아냈기 때문에, 군대의 휴가 연장 같은 사소한 문제는 잘못된 행위에 끼지도 않는가 보다.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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