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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사과의 완성
[아침시단] 사과의 완성
  • 김남수
  • 승인 2020년 09월 21일 16시 1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2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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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것을 보면 아프다

예리한 칼날이 사과를 둘로 자를 때
나는 베어지고 다시,
넷으로 여덟으로 자를 때
나는 깊숙이 베어지고 사과는 둥글게 젖는다

그것이 사과의 완성이라고 일러준 아버지, 누군가 사과를 자르는 아침이면 집으로 돌아왔다

멀리서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그런 날이면
지금은 멀리 있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서 종소리가 걸어 나왔다
주머니 가득 데려온 소리들 더러는 허물어지고 더러는 여물어 가던

오늘도 사과를 자른다

넷으로 여덟으로 사과는 완성된다

나는 자꾸 앓는다

<감상> 사과처럼 우리네 인생도 수없이 베어지고 둥글게 젖는다. 그럴 때면 집이 무척 그리워진다. 고향집에는 둥글게 범종을 걸어 놓는다. 어머니의 밥 먹으라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잡음을 걸러내고 멀리 퍼질 소리만 쟁여놓은 아버지의 집, 멀리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귓바퀴가 젖는다. 어머니가 당부하는 말들이 주머니에 가득, 내 가슴에 가득 물들여 갔다. 같은 빛깔로 물들여진 사과는 여덟 조각이 되어서야 완성된다. 둥근 것은 모두 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의 속살을 내줘야 비로소 완성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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