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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도산서원 여성 초헌관
[삼촌설] 도산서원 여성 초헌관
  • 이동욱 논설주간
  • 승인 2020년 09월 22일 16시 5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3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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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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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불단배(酒不單杯)’란 말이 있다. 뜻 대로 풀면 ‘한 잔 술은 아니되오’다. 하지만 한자에 숨어 있는 다른 뜻이 있다. ‘단배(單杯)’의 ‘단(單)’자에는 입구(口) 자가 둘 있다. 그래서 ‘단배’는 ‘두 잔 술’이나 ‘두 사람이 대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술을 마실 때 ‘두 잔 술’이나 ‘대작’은 옳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품배(品杯)’라는 말이 나왔다. ‘품(品)’ 자에는 입(口)이 세 개다. ‘세 잔 술’ 또는 ‘세 사람이 마시는 술’을 의미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술 마시기를 가장 품위 있는 주도(酒道)로 봤다. 요즘에는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라는 말이 있지만 ‘삼(三)’이란 숫자에는 짝수 보다 홀수를 선호하는 동양인의 정서가 깔려 있다. 이런 문화가 남아 있어서 제사를 지낼 때도 술을 세 잔 올린다. 이를 ‘삼헌(三獻)’이라 한다.

제사 지낼 때 세 번 술잔을 올리는 헌관(獻官)을 술잔 올리는 순서에 따라 초헌관·아헌관·종헌관이라 부른다. 초헌관은 그 제사에서 대표격인 사람이 맡도록 돼 있다. 왕이 참석하는 국가 제사에서는 왕이 초헌관이 됐다. 왕이 주제자로 초헌관이 될 때는 아헌관과 종헌관은 정1품 이상이 맡았다. 선조 묘의 경우 종손이나 성씨 가운데 관직을 한 사람, 항렬이 가장 높거나 나이 많은 사람이 초헌관을 맡았다.

옛날부터 서원이나 향교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헌관을 선정해 제사를 지냈다. 퇴계를 배향하는 도산서원 향사(제사)에 우리나라 서원 60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초헌관 임명장을 받아 화제다. 10월 1일 퇴계 위패가 봉안돼 있는 상덕사에서 지내는 향사에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첫 잔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이사장이 지난해 도산서원을 비롯한 국내 서원 9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이끌어낸 공이 있어서다. 생전 양성 평등주의자였던 퇴계가 기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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