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을 한다는 이유로 60대 가장의 입에 행주를 집어넣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일가족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23일 오전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상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중체포치사와 중체포존속치사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 A씨(50)와 아들 B씨(23)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존속체포 혐의로 기소된 딸 C씨(30)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사건은 지난 1월 13일 자정이 좀 지난 시간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 일어났다. 술을 잔뜩 마시고 귀가한 아버지 D씨(61)가 술주정을 하자 딸 C씨가 아버지를 묶어서 진정시키자고 제안했다. 아들 B씨가 바닥에 누워있던 아버지의 배 위에 올라가 제압했고, 어머니 A씨가 투명테이프로 D씨의 양발을 묶은 데 이어 벨트로 양손도 묶었다. 이 과정에서 딸 C씨가 투명테이프를 구매해 가져다주기도 했다. D씨가 고함을 지르자 A씨는 아들 B씨에게 부엌에 있던 마른행주를 건넸고, B씨는 아버지의 입안에 재갈을 물리듯이 행주를 집어넣었다. 15분간 행주를 물고 있던 D씨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A씨 가족은 119에 신고했다. 1월 14일일 새벽 1시 15분의 일이다. 뇌사상태에 빠진 D씨는 2주 정도 치료를 받다가 1월 25일 새벽 5시 40분께 뇌 손상에 의한 폐렴 합병증으로 숨졌다.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피고인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의 폭력을 멈추고 진정시키기 위한 행위를 했을 뿐 고통을 주고자 함이 아니었고, 사망을 전형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고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한 피해자 때문에 피고인들이 불안에 떠는 등 급박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하게 됐다”며 “가정폭력을 일삼은 사정을 잘 아는 피해자의 형제들이 피고인들의 빠른 일상복귀를 기원하며 신속하게 합의를 해준 점도 참작해달라”고 했다.

최후진술에서 A씨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했고, 아들 B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베란다로 나를 집어 던지려 하는 등의 방법으로 폭력을 휘둘려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도 나에게 주기만 하신 아버지께 평소에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했다. 딸 C씨는 “아버지와 따뜻한 대화 한마디 못하고 보내드려 죄송하다.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깊이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10월 30일 오전 10시 대구법원 21호 법정에서 열린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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