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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커다란 창
[아침시단] 커다란 창
  • 이규리
  • 승인 2020년 09월 23일 17시 2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4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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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큰 집에 살면서 되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창이 건물의 꽃이라지만
나는 누추하여 나를 넓히는 대신
창을 줄이기로 한다

간절히 닿고 싶었던 건 어둠이었을까
모순의 창
제 안에 하루에도 여러 번 저를 닫아거는 명암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우리가 보려는 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데,

왜 창 앞에 자주 저를 세웠을까
돌아보면 거기 누군가의 눈이 있었다고 말해도 될까
누군가는 나를 다 보았겠지만
해부한 개구리처럼 내 속을 다 보았겠지만

창이 왜 낮엔 밖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그리운 것들은 다 죽었는데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감상> 너무 크거나 작은 창을 내지 말자. 너무 큰 그리움이 몰려오면 감당하기 어렵고, 작은 창은 그리움을 담기에는 좁다. 연애를 할 것 같으면 그리움에 딱 맞는 크기의 창을 내고 싶다. 그 창으로 늘 꽃을 보고 싶지만 때로는 쓰라린 아픔도 찾아오는 법. 사랑은 늘 환상으로 찾아와 그대를 비추기도 하지만, 내 속을 다 보여주고 만다. 속을 보여주자 말자 철커덕, 저를 닫아거는 유리창의 모순이여! 보고 싶고, 열고 싶을 때 마음대로 여는 창문은 없기에 별로 뜨고 꽃으로 지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그리움은 창문에 와서 다 죽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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