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배고파 못 살겠다 갈아 보자’가 선거구호인 자유당 시대 나는 초등학생이다. 한 학년이 6학급 한 반이 6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다. 2학년에 올라가자 급장과 부급장을 뽑았다. 선생님이 지명하면 손들어 헤아려 정했다 영문도 모르고 급작스레 급장이 되어 기쁘지만 60명 넘는 대식구 통솔하려니 겁이 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속담처럼 떠들다가도 선생님 오시는 발자국 소리만 나도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한 호랑이 선생님을 믿으니 안심이 된다. 급장 표시인 두 줄의 일등병 명찰 밑에 다니 자동으로 목과 허리에 힘들어 간다.

걸음걸이가 갑자기 오리걸음 되어 뻐기고 다녔다 한 줄의 이등병표시를 여학생 부급장과 둘이 나란히 교무실에 전달사항 받으러 가는 순간 신나고 행복했다. 수업시간마다 시작종과 마침 종에 맞추어 앵무새 되어 차려 경례 입에 배웠다. 아침조회에 운동장에서는 줄 세우는 일이 너무 힘이 든다. 앞줄을 똑바로 세우면 뒷줄이 돌아가고 뒷줄을 바로 하면 중간 줄이 굽는다. 선생님의 한마디 호통에 빳빳한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된다.

‘줄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며 ‘앞으로나란히’ 말 집착한 한 여름철이다. 찬물을 꽁보리밥 도시락에 부어 말아 먹고 나른하여 졸리는 때다 오후 첫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수업하러 오셨다. 깜빡 졸다가 놀라 차려 경례가 아닌 ‘앞으로나란히’ 말이 튀어나온다. 친구들은 급장 구령 소리에 당황했다. 난감한 사태에 앞 친구는 의자에 앉은 채로 두 손으로 앞으로 하고 뒷줄 친구는 벌떡 일어나 운동장에서 하던 두 손을 나란히 하여 선생님을 어색해 쳐다본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엉겁결에 ‘차려, 경례’ 구호도 연달아 하니 앉아서 고개를 숙이는 친구 서서 인사 하는 친구도 있어 어정쩡한 분위기다. 선생님도 기가 차서 피식 웃으니 친구들도 따라 교실이 떠나가도록 한바탕 웃었다. 쉬는 종이 치니 옆 반 친구들이 구름 때로 몰려왔다. 2학년 5반 친구들아! 무슨 좋은 일 있지? 오후 첫 교시 시작하자마자 입이 귀에 걸리도록 ‘푸 하하하’ 합창을 하되 무슨 좋은 일 있나 다그친다. 한 친구가 내 눈치를 보며 모깃소리로 “실은 우리 교실에서 급장이 운동장인 줄 알고 책걸상에게 ’앞으로나란히‘ 시켜 웃겼어...”

책상과 의자에게 앞으로나란히 하다니 담 넘어 지나가는 바둑이도 짜증 나고 짖을 짓을 했네 하며 깔깔 웃는다. 의기소침하여 슬그머니 화장실에 갔다가 종 치기 전에 온다고 허둥지둥 2학년 5반 교실복도 가까이 오니 반 친구가 “얘들아 바보급장 온다” 하니 누군가 “앞으로나란히” 하며 웃음거리로 닉네임이 붙었다.

’바보급장‘ 꾀를 안 부리고 순진하게 시키는 대로 하는 맹꽁이라고 놀린다. 코로나 시대는 바보스러운 행동이 살아남기에는 딱이다. 손 씻고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지키자. 마스크 턱에 걸고 돌아가는 한가한 거리 두고 바로 가는 복잡한 거리를 택하는 잔머리 굴리면 격리되고 죄인취급 코로나바이러스 달려든다.

안구 기증한 나눔과 사랑의 성령 김수환 추기경님도 자신을 바보라고 한다. 하느님 성전 성모당 관내 남산동 성당에서 사제로 시작 주님의 종으로 시키는 대로 순명하며 검소한 신앙생활로 살았다. 코로나 시대 우리 모두 바보가 되자 잔꾀 요령 안 피우고 코로나 방역수칙 바보소리 듣게 넘치도록 지키자 그래야만 산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