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제왕적 대통령이 되었다고들 한다. 집권 초기 인간 문재인의 소탈한 모습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취임 초기 문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하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권위적인 대통령이 되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임자들 보다도 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다 중도 하차를 했다. 이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문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이제 박근혜의 제왕적 권위의 임계점을 넘어 서고 있다. 

최근들어 여권에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인사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러는 언행은 사실상 금기가 된듯하다.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거스러는 행위는 항명의 뜻으로 해석된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임기가 후반기를 넘어서 면 서서히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정권의 생리다. 좋은 예로 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정풍운동, 노무현 때는 386운동권과 부산 갈매기 세력 간의 갈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는 대면반기(對面反旗)는 아니었다. 

집권 3년 5개월의 레임덕 초입에 들어선 문 정권에선 ‘레임덕’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통치자산인 문빠(문파)들이 버텨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슬이 살아 있다. 문 대통령은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의 달인’이란 닉 네임이 따라 다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경청은 ‘말 그대로’ 경청으로 끝이다. 더 이상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내 맘대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 맘대로 식’ 통치 스타일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쓴 ‘영원한 권력은 없다’란 책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술이 있다. “…2016년 1월 제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서울 집에 돌아오니 민주당 중진 의원이 찾아와 ‘당을 수습해 달라’며 문재인 민주당 대표를 만나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만나기로 한 날 밤 10시에 우리 집에 문재인이 찾아왔다. 문재인은 수줍은 사람이었다. 밤중에 연달아 세 번이나 찾아왔는데 혼자 오는 법이 없었다. 매번 누군가와 함께 왔다. 배석자가 주로 이야기하고 문재인은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도와 주십시오’라는 말만 거듭했다. 첫날 나는 거절을 했다. 다음날이 할아버지 기일이라 일찍 산소에 가야한다고 했으나 새벽 2시가 되도록 자리에 버티고 앉아 산소에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꺽지 않았다. 집념이라고 해야 할지 고집이라고 해야 할지 다음날 밤 10시가 되니 또다시 와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그 다음날 또다시 찾아와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 글에서 삼고초려를 한 문재인의 집념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고집이 센 기질이다. 그래서 ‘경청의 달인’이 권위적인 대통령으로 변모 한 것은 집권세력 특유의 운동권 문화와도 관련이 있을 것같다.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쳤던 586운동권 세대들은  당시 같은 대학생 신분이지만 전대협이나 한총련 의장을 ‘의장님’으로 호칭하며 떠 받들고 ‘형’ ‘누나’ ‘동생’하며 자기편이면 무조건적으로 옹위하고 어떤 행동도 옳다는 선민의식과 독선을 보여온 시대착오적 특징을 지녔다. 이런 체제에는 말로는 민주주의를 주창하지만 행동은 집단주의요 전체주의다. 지금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주체 세력이 586세대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외쳤다. 추미애의 ‘엄마 찬스’, 조국의 ‘아빠 찬스’,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사태’에 대해 폭발하고 있는 청년들의 분노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그러니 37번의‘공정’이란 말에도 감동을 느낄수가 없다.내편에게 ‘추상(秋霜)이란 말이 적용 될 때 국민도 감동을 하는 것이다. 유체이탈식 화법을 즐기는듯한 문 대통령의 진심은 어디에 있나.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