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물가 상승·비대면 명절문화에 대구 서문시장 등 손님 발길 뜸해

2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와 2지구 사이 먹거리 골목에 방문객들이 한산한 거리를 오가고 있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추석 연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4일, 경북·대구 대표 전통시장은 명절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카드도 받고 상품권도 다 받아요”

24일 정오께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인근 한 음식골목에서 칼국수 그릇에 육수를 옮겨 담는 상인이 큰 목소리로 손님을 유도했다. 추석 연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대목이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 수가 급격히 줄어 호객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골목 내부에 있는 대부분 식당이 점심 시간임에도 전체 좌석의 절반 정도만 손님을 받았을 뿐이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빈 식당도 눈에 띄었다. 식사를 주문하며 경기상황을 묻자 식장 주인이 매출이 감소한 원인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는 2016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이후 대체상가로 상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지난해 4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전 개원으로 병원 방문객이 사라지면서 손님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문시장 전체 방문객이 줄면서 올해 추석 대목 매출은 전년 대비 70% 감소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시장 2지구로 이동했다. 지하 식당가부터 1∼2층 의류가게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목인 듯했다.

하지만 여성의류를 판매하던 한 상인은 “평소와 비교하면 대목은 대목인데, 예전보다 훨씬 못한 대목이다”며 “코로나19가 생기기 전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지하로 이동해 제기(祭器) 판매 상인을 만났다. 이 상인은 매출이 10분의 1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혹시라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어 광주와 김천에서 일하는 내 자식들도 이번 명절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르겠나”라며 “가족들이 모이지 않으니 추석 차례가 간소하게 치러질 것이고, 심지어 성묘하면서 간단히 차례를 지내고 이번 추석을 넘기겠다는 가정도 있다. 제기 뿐만 아니라 건어물, 과일과 같은 제수 관련 물품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상인도 “명절 같은 바쁜 기간에만 언니를 도와주러 오는데, 매번 앉아있을 틈 없이 돌아다녔다. 이전 명절만 해도 2지구 앞 출입구 쪽에 주차자리가 없어 비상등을 켜놓은 차들이 많았다”고 과거 명절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로 배달(비대면)에서 매출이 늘 것으로 생각했는데, 온라인과 현장 판매 모두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다”며 “경기가 정말 안 좋은 것 같다”고 속상해했다.

지역 서민경제 바로미터인 서문시장마저 코로나19 불경기를 비켜가지 못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 회장은 지역 전통시장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알려지는 게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재해로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을 안다”면서 “마스크 착용 등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방역에 힘쓰는 상인들의 노력이 알려진다면 시민이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전통시장의 안전성을 홍보해주고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추석물가 상승과 비대면 명절문화도 한몫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채소·과일 할 것 없이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차례상 준비는 최소한으로 해야겠다”거나 “올해는 멀리 사는 가족들이 모이지 않으니 먹거리도 조금만 준비할 것”이라며 장바구니를 내보이기도 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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