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올 추석은 마음으로 만나고 온라인 차례·성묘 지내며 '집콕'
올 추석은 마음으로 만나고 온라인 차례·성묘 지내며 '집콕'
  • 이정목 기자
  • 승인 2020년 09월 27일 18시 2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8일 월요일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시대 新예절 주목
추석 차례상 자료사진 경북일보DB

# 대구에 사는 김 모(40) 씨는 올 추석 본가와 처가 모두 가지 않고 집에서 ‘거리두기’를 지키기로 했다. 온 가족의 이동으로 가족들 간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커서다. 김 씨는 “부모님과 처가 어른 모두에게 올 추석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크니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양가 부모님 또한 손주들을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서운하기 하지만 건강이 최고가 아니겠느냐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 의성에 사는 양 모(82) 할머니는 얼마 전 영상편지를 손주들에게 보냈다. 의성군이 추석 이동을 자제하자는 취지로 홀로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상편지 제작에 동참한 것이다. 양 할머니는 영상편지로 손주들에게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가지 못 가지 않느냐”며 “올 추석에는 오지 말고 나중에 더 반갑게 만나자”고 영상편지를 남겼다.

# 안동에 사는 정 모(58) 씨는 올 추석 차례상을 생략하기로 했다.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을뿐더러 여러 친척이 차례를 지내러 오면 코로나 19 전파의 위험도 뒤따라서다. 정 씨는 “조상에 대한 예를 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픈 사람이 있을수록 건강을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거리두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명절을 앞두고 기존의 예절에서 벗어난 新(신) 예절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명절에 가족이 모이지 않거나 차례 생략, 온라인 차례·성묘, 식사 시간 외 마스크 착용하기 등이 그 예다.

예로부터 제사와 차례를 중시하던 선조들도 전염병이 돌면 명절 모임과 행사를 하지 않았다. 선조들이 쓴 일지나 기록에서도 위급한 시국에 차례와 기제사를 건너뛰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동 하회마을의 류의목이 지은 ‘하와일록(1798년)’은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마마는 지금의 코로나 19 만큼 전염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조상들은 마마를 옮기는 ‘두창신’이라는 귀신이 질투가 많아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사는 “미신이긴 하지만 그 배경에는 전염병을 겪으며 쌓인 방역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선조들의 경우와 같이 코로나 19 확산이 잦아들지 않는 요즘 올 추석은 거리두기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이동을 하지 않는 일명 집콕 명절을 보내는 것이 최선의 예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식들이 먼저 부모님들께 “명절에 찾아뵙는 게 어렵다”고 선뜻 말을 꺼내기 힘든 만큼 집안의 어르신들이 직접 나서 “올 추석은 만나지 말자”고 결정하는 것이 “코로나19 방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양가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한쪽이 그렇지 않다면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가 모두에 원칙을 세우고 ‘명절에 못 간다’는 말도 며느리나 사위가 아닌 아들과 딸이 직접 하는 게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를 하려면 확실히 만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향 집 대신 펜션 등을 빌려 여행지에서 만난다거나 추석 연휴에 만나지 않는 대신 전후에 만난다는 식의 조건을 붙이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해 가족 여행을 계획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는 명절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묘와 차례를 생략할 수 없다면 온라인 차례·성묘의 대안을 찾아보는 것도 권장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부터 ‘e하늘장사 정보시스템’을 열어 온라인으로 추모와 성묘를 할 수 있게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고인의 이름과 사진을 등록하고 원하는 분향과 헌화 품목을 골라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 또 ‘할아버지 그립습니다. 사랑해요’ 와 같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완성된 차례상을 가족끼리 공유하고 추모와 안부의 메시지를 남기며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이동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코로나 19 확산 예방에 최고의 방법이지만 반드시 고향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동 중이나 집안에서도 철저한 방역이 우선시 돼야 한다.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객실 내에서의 화장실 이동이나 휴게소 이용과 같은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음식물 섭취는 최대한 자제하고 휴대용 손 소독제를 챙겨 손잡이나 의자 등을 만진 뒤에는 수시로 소독하거나 휴게실 화장실에서도 1m 이상 간격을 두고 줄을 서야 한다.

또 여럿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코로나 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집안에서도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사를 할 때도 대화를 지양하는 한편 덜어먹기를 통해 코로나 19 감염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교에서도 코로나 19 팬데믹에 다가온 첫 명절인 만큼 전염병 확산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유교에서는 시중(時中·때에 맞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지금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유교적 예법”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도 “조상들도 전염병이 돌거나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모든 행사를 포기했다”며 “조상에게 오염되지 않은 정갈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의지와 접촉을 최소화해 역병을 극복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를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대규모 행사와 모임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3일 “금년도 방역의 최대 고비가 될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시 힘든 시기를 맞이할지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번 특별방역 기간에는 말 그대로 특별한 경각심을 가져주실 것을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