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멋, 갓’ 특별전 포스터.
국립대구박물관이 올해 하반기 특별전으로 지난 22일부터 12월 20일까지 ‘선비의 멋, 갓’을 개최한다. 국립대구박물관은 복식문화 전문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한국 복식문화와 관련된 전시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한국 고유의 전통 모자인 ‘갓’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우리나라는 ‘모자의 나라’로 불렸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모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갓은 선비의 상징이자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모자이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갓의 차양, 은은하게 퍼지는 검은빛과 미색 도포의 조화에서 조선 선비의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선비의 갓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양과 재료로 제작되었던 고대부터 20세기의 모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는 기존의 자료에서 새로 조사한 경북지역의 갓을 추가해 새롭게 구성했다. 다양한 크기의 갓은 물론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1542~1607), 의성김씨(義城金氏), 창녕조씨(昌寧曺氏) 등 경상도 지역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던 갓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주제로 구성했다.

충효당 갓끈
1부 ‘갓 알아보기’에서는 갓의 기본구성에서부터 쓰는 방법과 제작 과정, 재료, 갓을 만드는 사람 등 갓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소개한다. 오늘날 ‘갓(笠)’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남성의 검정색 갓을 떠올린다. 사실 갓은 넓은 의미로는 모자[머리에 쓰는 부분]와 차양(챙)이 있는 모든 종류의 모자를 말한다.

의성김씨 학봉종택 갓
2부 ‘갓, 선비의 멋을 더하다’에서는 선비가 도포를 입고, 갓을 쓰는 의미를 살펴본다. 조선시대 선비의 덕목 중의 하나인 ‘의관정제(衣冠整齊: 의관을 바르고 가지런하게 하다)’는 유교적 가치가 표현된 문화이자 전통적인 몸의 개념이 담겨 있다. 유교의 이론에 의하면 정신과 몸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으며, 몸은 유교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도포를 입고, 상투를 올리고, 망건을 착용하고, 갓을 쓰는 일련의 과정은 유교 문화와 조선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타난다. 또 2부에서는 갓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둥근 곡선과 은은한 색감, 갓의 재료인 말총 ·대나무가 주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갓의 멋을 더해주는 갓끈과 정자(정자갓의 끝 부분에 부착하는 장식품) 등의 장식품도 함께 전시했다.

갓집
경주최씨 갓
서애 유성룡 갓
3부 ‘갓의 원형을 찾아서’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모자 속에서 갓의 원형을 찾고자 했다. 갓은 이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일 만큼 역사가 오래된 모자이다. 갓의 형태·재료·제작법은 시대별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조선 시대는 갓의 아름다움이 가장 꽃피웠던 시기이며, 종류도 가장 많았다. 1900년대에 조선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의 기록에서 한국의 전통 갓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김진초상
괴헌 문중의 갓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의성김씨 학봉종택(義城金氏 鶴峯宗宅)과 경주 최부자댁(慶州崔富者宅)에서 오랫동안 보관됐던 갓이 처음 공개된다. 이 갓들은 넓이가 70cm에 달하는 큰 갓으로 18~19세기 신윤복의 풍속 회화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갓이다. 이 밖에도 완성된 갓의 형태로는 제일 오래된 서애 류성룡의 갓, 김진(金璡, 1500~1580) 초상화, 괴헌 김영(槐軒 金榮) 문중의 갓, 창녕조씨(昌寧曺氏) 문중의 주립(朱笠) 등 경상도 지역 주요 문중의 갓을 시대별로 한자리에 모았다.

주립
영조 도포
갓과 함께 착용한 도포, 두루마기 등의 복식자료도 흥미롭다. 파계사에 봉헌된 영조의 도포, 영친왕이 착용했던 두루마기는 색과 형태가 잘 보존된 중요한 자료이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20호 영조왕의 도포와 제265호 영친왕의 두루마기는 11월까지만 공개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의 영향으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갓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놓치고 발견하지 못했던 갓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영친왕 두루마기
패랭이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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