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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아침시단]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 승인 2020년 09월 28일 17시 21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9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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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푸른 풋콩 송편에 안 끼이면은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어지겠다」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감상> 송편 속에 땅콩, 팥, 깨 등을 넣으면 그 모양이 보름달이 되지요. 푸른 풋콩이 끼이지 않으면 달빛이 더 밝아서 종내는 보름달 안에 밀어넣게 하지요. 손가락무늬가 잘 새겨져 토끼가 꼭 방아를 찧을 것 같은 보름달이 되지요. 달빛은 더 밝아 담장을 둥글게 하고, 바닷물을 쩔쩔 끓일 것 같지요. 타지에 있던 식솔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이니 어머니의 얼굴이 얼마나 환하겠어요. 노루도, 부엉이도 덩달아 신나서 더 많이 울지요. 저 보름달에 어머니는 몰래 소원을 빌었지요. 지극한 소원이 땅에 내려와 달맞이꽃이 되었을까요. 어머니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달빛 받아 휘영청 소리내어 웃고 있어요. 저 달님과 송편의 초상권은 여전히 어머니가 가지고 계시니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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