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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한가위에 거는 넉넉한 마음과 풋풋한 우리말
[경북포럼] 한가위에 거는 넉넉한 마음과 풋풋한 우리말
  •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 승인 2020년 09월 30일 16시 5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3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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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진 경북포럼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북포럼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올해는 10월 1일이 한가위 날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넉넉한 명절이다. 코로나19가 삶의 틈새를 파고들어 괴롭혀도, 몇 차례의 태풍이 호되게 핥고 지나가도 한가위를 맞는 마음은 절로 부풀어진다.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님께 감사하는 명절이다. 이웃과 지인끼리 정을 나누는 나눔의 명절이다. 햇곡식, 햇과일로 여름 뙤약볕에 흘린 땀이 흐뭇해지는 명절이다. 휘영청 밝은 달이 모든 이의 마음을 비쳐 더 아름다워지는 명절이다. 달 속에서도 누구를 주려는지 항아가 옥토끼를 시켜 절구질에 여념이 없다. 선약(仙藥)이 아니면 어떠리. 송편 한 쟁반이면 족하리.

한가위의 ‘한’은 ‘크다(많다)’, ‘바르다’, ‘하나뿐이다’라는 뜻의 우리말이다. 대전이 한밭이요, 정중앙을 한가운데, 하나둘 수를 세는 하나의 한이다. ‘가위’는 가운데를 뜻하는 가배에서 가위로 바뀌어 왔다고 보아진다. 그러니 중추절이란 말처럼 가을의 한가운데요, 팔월달의 정중간인 보름에서 유래된 명칭이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어울리는 명칭이다. 추석(秋夕), 중추절이란 말보다 한가위라는 말이 엄청 여유로워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올해다. 고향을 찾고, 조상님과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는 일조차 삼가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받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올 한 해를 잘 넘기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를 계기로 명절 자체가 시들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습성이란 한 번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가위가 조상님, 부모님, 고향에 대한 마음보다 자신의 여행 기회로 변질할까 걱정도 된다.

이번 한가위가 코로나도 겁나고, 길도 막힐 테니 만나지 말고 비대면 차례를 지내라고 권장하고 있다. 어른들이 화상 차례가 생소할 테고,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아이들이 뛰던 마당이 허전할 것 같다. “그래 애써 올 것 없다”고 말하고는 빈 삽짝(사립문)을 내다보는 부모님의 가슴도 텅 빌 것 같다. 명절 때만 되면 일 때문에, 아이들 공부 때문에 부담으로 느껴졌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싶을 수도 있다. 선물을 적당히 골라 택배로 부쳐버리고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홀가분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해로 끝날 것인가· 한 번의 시도가 어렵지 두 번은 쉽기 때문이다. 나 자신 선산에 벌초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더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올해 같은 한가위가 올해로 끝났으면 싶다.

한가위는 신라 유리왕 때 서라벌 여인들의 길쌈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한 해 농사를 잘되게 도와주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넉넉한 마음으로 가족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풍성하게 마음을 나누는 명절이다. 코로나로 위축되긴 했지만, 넉넉함을 나타내는 우리말을 찾아 말을 통해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보고 싶다.

‘머드러기’는 많이 있는 과실이나 생선 가운데 아주 굵거나 큰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이나 생선을 고를 때 굵고 좋은 것을 머드러기라 한다. ‘알천’은 품질이 제일 좋은 물건, 재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이나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왜뚜리’, ‘대짜배기’, ‘왜배기’도 있다. 모두 큰 것, 알찬 것 등을 가리킨다. ‘가멸차다’는 넉넉하고 풍족하다는 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멸찬 한가위, 넘치지 않아도 푼푼한 명절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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