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중 상온 노출이 의심돼 사용을 중단한 독감백신 접종자가 2300명을 넘어서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초 보건 당국은 해당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고 발표했지만 일주일 사이에 급증했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국가 백신 사업의 지침을 어기고 자의적으로 소비자에게 백신을 제공하면서 사고 초기 당국이 이를 포착하지 못한 결과다.

독감백신의 공급에는 이 같은 허술한 유통과정 뿐 아니라 같은 백신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숙지지 않고 있는 코로나19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독감이 같이 걸리는 트윈데믹까지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의 독감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

백신 유통문제가 생겨 독감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중단되면서 불안감이 높아 유료 백신이라도 맞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마다 백신 접종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 불만이 높다.

경북일보가 직접 경북·대구 지역 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독감백신 접종 비용이 적은 곳은 2만5000원, 많이 받는 곳은 4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컸다. 포항시 남구의 병·의원에서는 예방접종 비용이 4만 원이었는데, 북구의 한 동네의원에서는 3만5000원을 받았다. 이에 비해 대구의 건강관리협회 경북대구북부지부에서는 2만5000원에 접종하고 있다.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5000원의 가격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병·의원 마다 가격 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하기도 하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가 백신(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1종 예방)과 4가 백신(또 다른 B형 바이러스 1종 항원 추가)’은 물론 “비싼 백신이 더 효과가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도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예방접종이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병원 마다 자체적으로 가격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약에 대한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문제다.

질병관리청은 독감백신의 유통 문제 뿐 아니라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새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검사 중인 백신이 폐기될 경우 물량 부족으로 백신 품귀 현상을 빚어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기다리다 못 맞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심리도 팽배해 있다. 정부가 독감백신의 투명한 유통과 공급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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